샌더스는 이 자리에서 지역 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영상에서 그는 노동자들 속에서 피켓을 들고 함께 걷는다. 노동자 계층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그의 행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현장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좌파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샌더스의 지지율이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 전에는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주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를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
경선의 결과를 떠나서 미국에서는 이번 샌더스 돌풍 자체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성장 우선주의에 치여 부자감세, 복지축소 등을 감당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경제불평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국 정계에서도 '친노동'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임기말에 이르러 더욱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노동절에 "좋은 직업을 얻기를 원하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면서 국민들에게 노조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노동당 당수 선거에서는 정치판의 아웃사이더였던 제러미 코빈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간산업 국유화 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건 코빈의 부상에 정계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고용주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도록 만든 제로타임 계약의 합법화 등으로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코빈의 부상은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피켓을 들고 노동자와 함께 걷는 미국 대선후보의 모습. 이는 보다 다채로워진 미 정치권의 노동담론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후보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쇠파이프만 굴리는 최근 한국의 노동 담론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