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영화 '션샤인 러브' 스틸컷]
현실에 가까워 서글프다. 우리는 영화는 더 몰입되고, 극중 인물에 감정을 이입을 하기 쉽다. ‘영화는 원래 과장의 예술’이라는 경구가 떠오르다가도 이 영화는 “이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히려 신문에서 떠드는 삶들보다도 우리의 삶에 가깝다. 그래서 극중 길호가 비겁한 장면에서는 우리도 비겁해져서 부끄럽고, 길호가 뺨을 맞을 때는 우리도 아프다. 길호의 현실에 아파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해하는 정숙의 마음도 우리가 충분히 겪어봤을 법한 감정이다. ‘청년실업’과 ‘7포 세대’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은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고 꿈이 없거나 혹은 꿈을 포기해야하는 극중 인물들도 지금의 세태와 다르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그만큼 영화는 솔직하고 현실은 무섭다.
영화 속에서 현실과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오정세와 조은지를 칭찬하고 싶다. 오정세의 ‘찌질이’연기는 물이 올랐다. 자는 모습, 먹는 모습 하나까지 극중 캐릭터 길호에 완전히 몰입해 ‘찌질’하다. 조은지는 바보스러울 정도의 순박함을 훌륭히 소화했다.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우직하고 순수한 캐릭터는 살아 움직인다. 반면에 조연들의 연기와 비중은 조금 아쉽다. 송삼동은 실제 부산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장된 사투리와 억양을 구사해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이미도는 극의 지루하고 늘어지는 중간 부분을 끌어올릴만한 역량을 지닌 배우임에도 스토리상 비중이 적은 게 아쉽다. 감독이 영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두 개의 무기를 방치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야기의 끝은 결국 판타지지만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길호는 마침내 ‘소설가’가 되지만 적은 원고료를 받는, 아직도 가난한 청춘일 뿐이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만 결혼에 골인을 하거나 부모님을 완전히 설득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둘은 행복해 한다. 영화는 말한다. 인생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고, 행복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행복이 간단히 말해 ‘좋은 것’의 총체라면 “사랑은 좋은 것 같아요”라는 감독의 말은 사랑하면 행복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 ‘좋은 것’을 찾아가는 길이 이리도 힘들다. 몇 년을 공부를 하고, 여자를 찾아 나서고 술을 먹고 뺨을 맞아도 또 벽에 부딪히는 게 ‘사랑’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촌스러운 액션영화나 우주여행을 떠나는 커플의 이야기는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요즘 시대의 판타지는 결국 ‘정수기 회사 과장씩이나 단 정상적인 여자‘가 몇 년 동안 고시공부에 실패한 ’찌질이‘를 만나고 사랑하는 거다. 영화는 ’리얼‘과 ’판타지‘의 서글픈 결합이고 그래서 끝 맛은 씁쓸하다. 그래도 희망을 지녀야 하는 게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