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시중은행들이 출시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식고 있다. 이로인해 이명박 정부의 '녹색금융'이나 현 정부의 월세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은행별 실적이 엇갈리고 있어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위비(WiBee)모바일대출'을 출시해 지난달 말 현재 7000건, 28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3000건, 120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7월 말에 5000건, 200억원을 취급해 중금리 대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모바일 전용 중금리 대출인 '스피드업(Speedup) 직장인대출'을 출시해 최근까지 7400건, 230억원 규모의 대출 신청 접수를 받았다.
반면 KEB하나은행의 경우 '하나 이지세이브론'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 은행의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직접 중금리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KB저축은행과 연계한 'KB착한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판매경험이 부족하고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중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상품 연체율이 다른 대출에 비해 높아 금리 산정 시 이를 반영해야 하지만 연체금리가 제한돼 금리(가격)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과거 중금리 대출상품을 취급해 초반에 인기를 얻었으나 향후 부실이 확대되면서 판매를 중단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2금융권의 경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취급 시 비용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업을 전개하기 쉽지 않다. 고객 특성상 대손율이 높은 데다 원가구조를 고려할 경우 10% 안팎의 대출상품 취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은 서울보증보험과의 협약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해 적극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용등급이 중간층에 속하는 고객에 대한 리스크를 분담해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용평가 기법 고도화 및 세밀화 등 중신용등급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려는 은행들의 노력과 함께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간접적 지원이나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 등을 통해 건전선 악화 가능성을 줄이면서 중금리 대출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저신용층 신용평가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거래정보 위주의 정형화된 분석에만 의존하는 측면도 기인하기 때문에 정성적 항목을 포함한 빅데이터 기반하에 분석기법을 세밀화·고도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