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최근 미국 지방법원 관계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은 5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 주 매리언 카운티 법원 판사인 밴스 데이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동성결혼 집례를 거부해 오리건 주정부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성애자 인권보호단체인 베이직 라이츠 오레곤의 지나 프라치니 공동 이사는 "성 소수자들의 권리가 진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남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데이 판사는 이와 별도로 오리건주 사법부 적격성 및 부적합성 심사위원회로부터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켄터키 주에서는 법원 서기가 동성애 커플의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해 법정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켄터키 주 로완 카운티의 법원서기 데이비스 킴(여)은 "동성애자들에게 결혼증명서를 발부하는 것은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기 때문에 발급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서기는 선거인 명부 작성이나 결혼증명서 등 법원에서 발급하는 각종 서류를 결재하는 일을 한다.
켄터키 주 연방지법의 데이비드 버닝 판사는 동성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언제든 석방하겠다고 밝혔지만 데이비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동성애 지지단체와 데이비스 옹호론자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주·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이 이 문제를 두고 찬반 논쟁을 벌이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구속에 대한 입장도 엇갈려 각 당의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말 미 전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워싱턴D.C. 등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 등 그동안 동성 결혼을 금지해온 14개 주에서도 동성결혼을 인정해야 한다. 텍사스, 조지아, 루이지애나 등 보수적인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동성 결혼을 불허한 14개 주에 거주하는 동성커플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