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내 동성결혼 합법화 등 사회변화 속에서 하버드대학 인문학부가 성중립적인 인칭대명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학생 등록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male'(남성), 'fem le'(여성), 'transgender'(성전환)의 성별 선택지를 주었으나, 새 학년부터는 남녀를 통칭하는 'ze'('지'로 발음)는 물론 'hir' 'hirs' 'they' 'them' 'theirs' 등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법적 성명 대신 자신이 선호하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미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 대학의 이러한 결정은 최근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결정 등 성 문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개방적 흐름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남녀 양성체계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이들이나 성전환자 등에 대한 일종의 배려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이미 다른 대학에서 시작됐다. 테네시 대학은 지난 8월말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성을 배제한 인칭 대명사의 예를 공개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영어에서 ‘그’와 ‘그녀’를 뜻하는 he와 she 대신 남녀를 통칭하는 새로운 용어 ze나 xe를 쓰자는 것이다. 발음은 모두 ‘지’로 똑같다.
문장에서 주어나 목적어 자리에 있을 때와 소유격 대명사로 사용될 때 he나 she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ze나 xe도 각각 ze(주어·지)·zir(목적어·제어)·zirs(소유격·제어스), xe(주어)·xem(목적어·젬)· xyr(소유격·제어)로 형태와 발음이 바뀐다.
이 학교 관계자는 “개강과 함께 새롭게 오는 학생들을 포용하려면 학생의 이름과 그들의 정확한 인칭 대명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는 등록된 정보나 외모로 학생의 성별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며 “성전환자나 양성체계의 편입을 거부하는 이들은 새로운 인칭 대명사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지자 학교 측은 “성 중립 단어 사용은 권장사항일 뿐이다”라며 “학교의 공식 지침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문제의 확대를 막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