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한중 관계 발전, 한반도 정세 관리, 동북아 외교 차원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나란히 선 모습은 더욱 밀착된 한중 관계와 동북아 신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 한중, 북핵불용 재확인·추가도발 억제 공감·한반도평화통일 협력 약속
8·25 합의로 어렵게 조성된 한반도에서의 대화 분위기를 깨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핵불용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언급,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북한의 태도 변화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4일 귀국길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이야기가 된 것"이라면서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서 상하이 한 호텔에서 가진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독일 통일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통일을 하려면 주변국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 북한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는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이 우리와 통일 문제에 협력키로 했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향후 중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을 대상으로 통일 논의 진전을 위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우선 내달 16일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한미간 통일 문제에 대해 협력하는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중의 협력을 토대로 6자 회담을 재개하고 이를 토대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미중 균형외교·대일 압박으로 동북아 신질서 주도
박 대통령은 한중간 신밀월 관계를 급변하는 동북아 지형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8.25 남북고위급접촉 성과로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이끌면서 세계 패권을 두고 ‘옹호상박’ 겨루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일본의 보수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행보 등에 대처하겠다는 외교적 전략으로 동북아 신질서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 임시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한중 양국이 ‘항일전우’로서 함께 대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재개관식은 우리 독립항쟁 유적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한중 양국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중국측과 협조해 중국 내에 독립항쟁 유족의 보전과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인민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면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시 주석의 9월 하순 방미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24~25일 예상),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10월 16일), 한·중·일 정상회담(10월말~11월초)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번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주도적 외교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중, 한·중·일, 한·미·일 등 다양한 형태의 소 다자협력을 통해 한국 주도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복원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과의 밀착 공조를 통한 한반도 정세 관리에 나섬으로써 ‘혈맹’인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은 하나의 숙제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