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파견된 북한 사절단 대표의 위치는 61년 전과 비교했을때 천양지차다.
1954년 중국의 6차 열병식에서 김일성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당시 주석의 바로 오른쪽에 위치했었으나 3일 열병식에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자리는 구석 맨 끝이다.
반면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오른편 두번째 자리에 착석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이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하달하고, 중국 네티즌들이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박근혜 큰누님·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는 시 주석 오른편으로 다섯번째, 여섯번째 자리에 각각 위치했다.
61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중국의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 및 변화된 북중관계, 더 나아가 동북아의 역동적인 역학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최근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에는 1954년 10월 1일 김일성 전 주석이 마오 전 주석 바로 오른쪽에서 중국의 열병식을 지켜보는 사진이 실렸다.
김일성 주석은 1959년 중국의 11번째 열병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로부터 반세기가 넘게 지난 이날 중국이 항일전쟁 및 반 파시스트전쟁 7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열병식 현장에서 최룡해 비서는 시 주석의 오른쪽 끝편에 자리했다.
물론 김일성 주석에 비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최룡해 비서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달라진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최룡해 비서에 대한 중국의 의전도 도마위에 올랐다.
최룡해 비서는 2일 저녁 단체만찬에서 시진핑 주석과 인사만 나누고 이날도 열병식에 앞서 의례적인 악수를 나눴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