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3일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 참석은 동북아 지형을 뒤흔드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임기 후반기 첫 외교전을 중국 방문으로 시작한 박 대통령은 한중 신밀월 관계를 급변하는 동북아 지형에서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 속에는 8.25 남북고위급접촉 성과로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이끌면서 세계 패권을 두고 ‘용호상박’ 겨루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일본의 보수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행보 등에 대처하겠다는 외교적 전략이 숨어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북한과 전통적인 혈맹관계인 중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아울러 지난 1992년 수교 이후 23년 동안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한중 경제협력의 중요성도 감안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오른편에 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봤다. 전 세계 언론과 정치권의 시선이 모두 이 모습에 집중됐다. 시 주석의 오른편 두 번째는 박 대통령, 다섯 번째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리했고,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맨 끝자리였다. 과거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자리를 대한민국 대통령이 차지한 모습은 그 의미가 크다.
이는 한·미·일 대 북·중·러 라는 과거 냉전시대의 동북아 구도가 아니라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상징성을 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한-미-중 대화의 가교 역할로 동북아 신질서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한·미·중, 한·중·일, 한·미·일 등 다양한 형태의 소 다자협력을 통해 한국 주도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활성화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이번 전승절 참석이 한·미동맹의 균열이 아니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행보라는 것을 미국에 인식시키기 위해 외교 라인을 총동원했다.
시 주석의 9월 하순 방미를 통한 미·중 정상회담(24~25일 예상),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10월 16일), 한·중·일 정상회담(10월말~11월초)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번 방중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주도적 외교 행보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향후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과 함께 이번 전승 70주년 행사 참석을 계기로 올해 하반기 정상외교 로드맵을 본격 가동시켜 나갈 예정"이라며 "10월 중순 한·미 정상회담 및 일련의 다자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국익을 신장하는 주도적 외교로써 동북아 정세의 선순환적 발전에 기여하도록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