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자국의 군사굴기를 전세계에 과시했다. 열병식에 참가한 27개 장비부대는 미사일과 탱크, 전차, 대포 등 40여 종, 500여 개의 무기와 장비를 선보였다. 이들 무기는 전부 중국산으로 84%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이다.
특히 비상한 관심을 모은 것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다. 장거리 ICBM으로는 둥펑(東風,DF)-31A와 둥펑-5B가 공개됐다. 둥펑-31A의 사거리는 1만km로 미국 본토 대부분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 중국은 2007년부터 이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주입시간이 짧다. 둥펑-5B는 지하기지에서 발사하는 고정식 ICBM으로 핵탄두 6개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둥펑-21D'와 '둥펑-26'도 공개됐다. 두 미사일 모두 이번에 첫선을 보였다. 사거리 900∼1500㎞로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는 2001년 중국 정부가 처음 배치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동안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둥펑-21D의 파생종인 둥펑-26은 사거리 3000-4000㎞로 태평양의 미군 전략기지 괌도를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을 통해 지상에서도 항공모함 전단을 공격할 수 있다.
공군에서는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공중급유기 등 각종 군용기 200여대가 위용을 자랑했다. 주력 전투기인 젠(殲)-10과, 젠-11, 젠-15, 폭격기 훙(轟)-6K, 공중조기경보기 쿵징(空警)-200, 공중급유기 훙유(轟油)-6, 무장헬기 즈(直)-8, 즈-9, 즈-10 등이 등장했다.
러시아 SU-33을 모델로 제작된 젠-15는 지난 2010년 시험비행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보인 작전반경 1000㎞의 함재기로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에 탑재된다. 이번 열병식에서 5대의 젠-15가 편대비행을 했다. 폭격기인 훙-6K는 잉지(鷹擊, YJ)-12 등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잉지-12는 마하 4의 속도로 250∼400㎞ 거리에 있는 항공모함 등 적 해상 목표물을 250㎏의 고폭탄두로 타격할 수 있다. 쿵징-2000은 지난 2009년 10월 1일 건국기념일 열병식에 첫 선을 보였다. 470㎞ 떨어진 표적 60∼100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인 젠-20이나 젠-31 등 첨단 기종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자체 개발된 젠-20과 젠-31은 아직 본격적으로 실전배치 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F-35A나 F-22를 염두에 둔 모델로 평가된다.
둥펑-41이나 젠-20 등 첨단 무기들이 대거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이번 열병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중국 군사력이 세계에 위협이 됐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중국 정부가 ‘수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