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향해 '데드라인'을 못 박은 '노·사·정 대타협 시한'도 기획재정부를 통해 제시되면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부재론’이 또 한번 제기되는 것.
이처럼 노동 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파열음에 노동계의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노동 개혁 추진에 난망이 예고되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0일 내년도 예산안 제출을 목표로 관계 부처간 막바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사·정 대타협이 오는 10일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제시한 날짜까지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타협 수준에서 반영되므로, 낮은 수준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사실상 10일 이전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를 위한 예산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못을 박은 셈이다.
하지만 고용부 안팎에서는 최 부총리의 이번 행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 역시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구체적인 데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시점에서, 최 부총리가 또 한번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기재부와 고용부의 미묘한 기싸움은 지난해 말 '중규직' 문제를 시작으로 불거졌다. 당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와 주무 부처인 고용부 사이에 어떠한 협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조세재정연구원의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우면서까지 고용부와의 별도의 채용박람회를 개최하며 정책성과를 홍보해왔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방안대로 주요 노동정책들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에서 '역할부재론'에 대한 지적을 제기한다.
노동계 역시 두 부처의 정책공조 부재에 따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기재부가 노동정책 실무부처인 고용부를 배제한체 노동현안을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민감한 노동 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부처간 엇박자를 양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개월만에 노·사·정 대화가 어렵게 재개된 시점에서 최 부총리의 발언이 오히려 노동계를 자극, 대화 결렬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민간 노동전문가는 "노동은 정책적 의지와 상관없이 노·사·정의 대타협과 사회 전반의 컨센서스가 중요하다"면서 "부처 간 불협화음으로 노동정책에 혼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