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전반적 경제성장 둔화, 주식시장 불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 딜레마'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세 차례에 걸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이후 중국 당국의 환율 규제를 받지 않는 역외 외환시장(홍콩)과 역내(본토) 시장의 위안화 고시환율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위안화의 위상을 세계 2위 경제대국 수준으로 높이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역내외 위안화 환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위안화를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바스켓)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역내외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환율이 조성될 경우 IMF에서 요구하는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는'(freely usable) 통화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중국 인민은행이 이같은 간극을 좁히기 위해 조만간 본토 위안화 가치를 역외 수준으로 절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정치적 이유에서 중국이 정치적 이유로 평가절하 조치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이달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무역적자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추가 평가절하가 자본유출을 부추겨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에 부작용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IMF 중국 사무소장을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인민은행은 대규모 위안화 평가절하와 그에 따른 자본이탈 없이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해야만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사들이면서 동시에 보유 외화를 팔아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또한 경제와 증시 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대폭 확대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 역행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인민은행이 완전한 시장 환율제의 모습을 갖추는 방안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역시 시장 조작을 경계해 감독권을 쥐고 있으려는 내부 인사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한 전문가는 위안화 환율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방안으로 보다 큰 자본 자율화를 허용하는 것을 꼽았다. 더 많은 시장 주체들이 위안화 역내외 거래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두 시장 간의 환율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