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성우 “‘오피스’는 을의 영화…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환호 받았죠”

2015-08-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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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피스'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에서 살인범으로 변하는 김병국 과장 역을 열연한 배우 배성우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배성우(42)는 극단 학전 출신이다. 지난 1993년 ‘레미제라블’이 첫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멀티맨처럼 여러 배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오페라가 가미된 뮤지컬이라 노래에도 신경을 썼다.

31사단 신교대에서 조교로 군복무를 마친 뒤 대한민국 최초 재즈무용단인 전미례 재즈무용단에 입단을 했다. 남자 무용수가 극히 적었던 당시 무용단에서는 배성우에게 단원으로 들어올 것을 제안했고, 배성우는 재즈무용을 익혔다. 그 다음부터는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섰다.

그 후 2008년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피부과 의사 박찬욱 역을 맡아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2010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관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칸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후 ‘모비딕’ ‘의뢰인’ ‘카운트다운’ ‘내가 살인범이다’ ‘남자사용설명서’ ‘파파로티’ ‘공정사회’ ‘집으로 가는 길’ ‘캐치미’ ‘몬스터’ ‘인간중독’ ‘신의 한 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나의 독재자’ ‘빅매치’ ‘상의원’ ‘워킹걸’ ‘뷰티 인사이드’ 등 다수의 작품에서 굵고 개성이 강한 역할들을 맡았다. 최근 개봉한 ‘베테랑’에서는 중고차 매장 업주로 출연해 초반 신(scene)을 스틸했다.
 

영화 '오피스'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에서 살인범으로 변하는 김병국 과장 역을 열연한 배우 배성우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내달 3일 개봉하는 ‘오피스’(감독 홍원찬·제작 영화사 꽃)는 배성우에게 있어 오랜만의 이미지 변신이었다. 웃음기를 빼고 관객들에게 섬뜩함을 안겼다. 어떤 작품에서든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배성우는 ‘오피스’에서 김병국 과장 역을 맡았다.

‘오피스’는 스스로 노모, 아내, 병든 아들을 망치로 살해한 김병국 과장이 태연하게 회사로 돌아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 가족 모두를 죽이고 회사로 돌아온다는 설정 자체가 소름이 끼친다.

제일 F&B 영업2팀 김상규(김의성) 부장, 정재일(오대환) 대리, 홍지선(류현경) 대리, 염하영(이채은), 이원석(박정민), 인턴 이미례(고아성)는 모두 김 과장이 그럴 리가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광역수사대 최종훈(박성웅) 형사는 김병국 과장이 아직 회사에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계속한다.
 

영화 '오피스'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에서 살인범으로 변하는 김병국 과장 역을 열연한 배우 배성우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오피스’는 2015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됐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당시 칸에 가지 않았던 배성우도, 이번에는 영화제의 초청으로 레드카펫에 설 수 있었다.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배성우는 칸 진출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통 경쟁작품이 아니면 초청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나 관계자들이 사비를 털어 가야하는 건데 이번에는 초청을 받아 기분이 좋았죠. 영화가 상영된 이후 관객들이 박수를 꽤 오래 쳐 주셨어요. 그래서 민망했죠. 생각해보세요. 배우들과 감독님이 무대에 선 게 아니라 똑같이 객석에 앉아 있었거든요. 바로 옆에서 얼굴을 보며 박수를 쳐주시니까요(웃음). 거의 포위된 상태에서 박수를 받으니까 민망하더라고요. ‘오피스’가 사실 ‘을의 영화’잖아요. 인턴인 이미례가 정직원이 되기 위해 김 과장과의 친분을 숨기고 열심히 일을 하지만 경쟁자인 신다미(손수현)가 등장하면서 좌절하는 그런 내용들이요. 프랑스가 혁명으로 대표되는 나라이다 보니 억눌린 사람들이 상황을 극복했을 때 쾌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때도 김복남(서영희)이 자신을 학대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끔찍한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환호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배성우가 ‘오피스’에 출연한 이유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대본이 재미있었다”는 배성우는 “거기에 중요한 역할이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집으로 가는 길’을 보시고 감독님께서 결정을 하셨더라.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다. 비중이 큰 만큼 부담도 됐다.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오피스'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에서 살인범으로 변하는 김병국 과장 역을 열연한 배우 배성우가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저예산 영화나 단편영화에서는 주연이 있었지만 상업영화에서 이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역할은 처음인 것 같아요. 주인공은 미례와 종훈이니까요. 주연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저한테는 자극이 됐죠. 사실 호감형 캐릭터를 찾고 있긴 했어요. 김병국 과장이 강한 캐릭터라 고민이 있긴 했죠. 그래도 영화에서 요구하는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어디까지나 관객의 입장에서 제가 영화적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좋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하죠.”

배성우가 최근에 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그가 연극에서 코믹한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클로저’에서의 래리 역도 그랬다. 동명영화에서 클라이브 오웬이 보여준 연기와는 다른 해석이었다. 고민할 때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앨리스에게 매달릴 때는 처절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주는 그런 연기였다.

“코미디를 특히 더 좋아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인 것 같아요. 관객을 어떻게 웃길 것이냐, 어떻게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냐, 어떻게 긴장하게 만들 것이냐. 그래야 연기가 산다고 할까요?”

그래서 배성우의 연기에 푹 빠질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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