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일본의 진정성없는 사과와 이중적 행보에 중국이 발끈했다. 대만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가 과거보다 퇴보한 수준에 그치고 일본 전·현직 각료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나선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아베 총리가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 내용에 대해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 전쟁의 성격, 전쟁 책임을 명확히하고 전쟁 피해국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일본이 '애매모호한 사죄'를 한 다음날인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공물을 봉헌해 참배에 준하는 행보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일본의 이같은 행위를 강력히 반대하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로 유발된 침략전쟁을 지지한 정신적 수단이자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대만도 발끈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대만 당국이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문에 나온 직후 "일본은 역사를 직시해 주변국과의 향후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16일 전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도 15일 '항일전쟁 승리 및 대만 광복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우리가 역사적인 잘못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진실'된 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 역시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아베 총리의 공물 봉헌에 쓴소리를 냈다. 대만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일본 정치인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쟁으로 고통받은 피해국 국민의 감정을 깊이 살필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대만에서는 30여개 시민 및 사회단체가 참여한 반일시위도 벌어졌다. 양안평화포럼, 대만노동당 등 단체 회원 100여명은 "일본은 과거 침략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발표한 담화 내용에 불만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의 담화를 두고 중국 언론의 거센 비난도 쏟아졌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15일 "아베가 직접적 사과를 하지 않았다, 침략행위를 축소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침략' '사죄' '깊은 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는 했으나 필요한 핵심내용은 모두 빗껴간 교묘한 연설을 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진찬룽(金燦榮) 인민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부원장의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역대 지도자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몇 가지 핵심단어를 계승하기는 했지만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아베 총리가 이번 담화를 통해 간사한 수작을 부렸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