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빈곤과 내전에 떠밀린 난민들이 그리스와 터키로 대거 몰리면서 두 국가 사이에 놓인 에게해가 몸살을 앓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 정부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밀입국자 수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서 난민들의 ‘위험한 횡단’은 유혈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터키 해안경비대는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에게해에서 그리스로 밀입국을 시도한 난민 1799명을 검거했으며 주선업자 2명을 체포했다고 11일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에게해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선박사고를 당한 시리아 난민 330명을 구조했다.
주민 3만 명이 거주하는 그리스 남동부 코스 섬에는 난민 7000여 명이 몰려 섬 전체가 난민촌으로 변했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에 따르면 현지 경찰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소요가 발생하자 경찰봉으로 때리고 소화기를 분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 난민들은 섬 도로나 해안가에서 노숙하던 이들로 당국이 난민 등록 접수를 지체하자 이날 간선도로를 점령하고 시위를 벌였다. 코스의 한 경찰관이 전날 난민들에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영상이 트위터 등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공분을 일으켰으며 해당 경찰관은 직위해제됐다. 기오르고스 키리치스 코스 시장은 그리스 관영 ANA 통신에 “현재 상황이 악화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7일 유엔 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섬으로 들어온 난민은 12만4000여 명이다. 이들은 주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출신이다. UNHCR은 “난민들이 그리스 섬 5개에 지난해 동기에 비해 750% 증가할 정도로 몰려들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의료지원, 물, 음식, 쉴 곳 등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리스는 장기간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난민 수용 시설과 등록 절차 등이 매우 뒤떨어지는 수준이며 그리스 당국은 단일 기관이 난민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UNHCR은 강조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이날 난민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내각회의에서 “그리스는 정부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매우 심각한 난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