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박선미 기자 = 중국이 위안화를 기습 절하하면서 11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기준 25원 가까이 폭등했다. 코스피는 심리적 저항선인 20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9.1원으로 마감해 전일 종가보다 15.9원 올랐다. 종가기준으로 2012년 6월 5일(종가 1180.1원)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당초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4.2원 내린 1159.0원에 장을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6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그러나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일대비 1.9% 오른 6.2298위안으로 고시, 일일 기준 사상 최대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크게 내린 것은 절하를 통해 수출 경기를 지원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의 수출 부진 우려에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하에 나선 것"이라며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내년 9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에 당장 환율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부담도 줄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에 경기 부양 의지를 담은 만큼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홍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12년 기록했던 1180원대 중반 레벨이 가시권에 들어왔으며, 중기적으로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과 맞물려 1200원까지도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환율전쟁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의 통화 완화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며, 추가 지준율 인하 등의 조치가 미국 금리 정상화 이전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16일(1987.33)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뉴욕 및 유럽 증시 상승 마감 등의 영향을 받아 16.98포인트(0.85%) 오른 2020.15로 개장했지만 장중 전해진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소식에 약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나란히 팔자에 나섰다. 외국인은 914억원어치, 기관은 1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7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 역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4.08포인트(1.89%) 내린 732.26로 마감했다. 코스피와 반대로 코스닥에서는 개인들이 449억원어치를 팔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73억원어치, 230억원어치를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