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유통업체들의 무덤 되나?…롯데 '경영권 분쟁'의 발단도 중국 사업 저조

2015-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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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중국 심양점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중국이 기회의 땅이 아닌 한국 유통업체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것도 '중국 사업 1조원 손실'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중국 진출 사업에서 1조원 가량 손해를 봤는 데도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고 밝혔다. 이 일이 일파만파로 퍼져 이제 신동빈과 반 신동빈 세력 간의 다툼으로 확산됐다.
지원사격에 나선 롯데쇼핑 이원준 사장은 지난달 31일 “롯데그룹 2009∼2014년 중국 내 누적 매출은 14조원이고 적자는 3200억원, 이 가운데 롯데백화점 적자는 1600억원이지만 내년에는 900억원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인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의 중국과 홍콩 법인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1조15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혀 롯데그룹이 판정패하고 말았다.

한때 '유통 채널의 오아시스'로 불리던 중국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마트 관계자는 5일 "지난 3일 상하이 차오바오점의 영업 종료를 끝으로 이마트 중국 사업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최종적으로 남은 화둥 지역 8개 점포의 손익을 개선하고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마트의 중국 사업은 '철수설'까지 나돌 정도로 부진을 거듭해 왔다.

이마트는 지난 1997년 상하이에 1호점을 연 이후 매장을 28개까지 늘리면서 박차를 가했다. 2008년에는 한해 동안 8개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영업 손실이 증가하면서 2005년 68억원이었던 중국 법인 손실액은 6년 만인 2011년에 2000억원에 육박했다.

2011년 5개 중국 점포를 매각한 것도 손실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마트가 이 과정에서 발생시킨 매각 손실액만 906억원에 달했다. 중국 이마트는 올해 1분기에 1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07년 1월 중국 시장에 진출해있던 네덜란드계 마크로 8개점을 인수하며 중국에 진출했다. 2009년 10월에는 중국의 대형마트 타임즈 65개점을 인수하며 점포망을 확보했다.

2013년 107개까지 늘어났던 중국 내 롯데마트는 지난해 8개를 정리하고 4개를 신설 103개로 줄어 들었다.

최근 산둥성 매장 4곳을 폐점해 매장 수는 슈퍼마켓 16개를 포함해 120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롯데마트의 중국 매출은 슈퍼를 포함해 1조5100억원 수준으로 전년(1조7300억원)보다 2200억원이나 감소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카페베네의 경우 2012년 중국 중치투자그룹과 합작 방식으로 상하이에 현지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까지 총 580여개의 점포를 개설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현지 법인의 가맹점 분쟁과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올해 100여개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아 최대 위기를 맡고 있다.

이디야 커피도 2013년 당시 중국 진출을 타진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보류했다. 당시 중국 시장 개척을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국내 유통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섣부른 판단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진출 기업들이 점포 확장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주 고객층과 잘 판매되는 상품이 확연하게 차이가 있는 데 면밀한 시장 조사 없이 점포 확장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표준화나 콘셉트의 통일성보다 점포별 환경이나 특성, 전략과 전술로 해당 주민의 오감에 접근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선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 공략에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중국 시장에 부푼 꿈을 안고 공격적으로 진출했지만 현지 유통업체, 전자상거래 업체와의 경쟁 속에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중국의 특수성에 대해 면밀한 조사와 접근이 없으면 앞으로도 적자만 보고 철수하는 사례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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