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국무총리가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 에서 사실상 메르스 종식 선언을 했다. 28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관광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막상 한국에 와보니 마스크 쓴 사람도 없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분위기도 심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돌아가서 친구들에게도 알려줘야겠어요."(린린·29)
지난 1일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앞. 캐리어를 든 채 쇼핑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이하 유커)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깃발을 든 가이드와 함께 30~40명씩 몰려다니는 유커들도 제법 많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동의 뷰티거리에는 모처럼만에 "콰이라이(어서오세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화장품 매장에는 제품을 구경하려는 젊은 유커들로 붐볐다. 계산대 앞에도 결제를 대기하는 중국인들과 직원이 여럿 엉켜 있었다. 반가운 풍경이었다.
A 화장품 매장 직원은 강모(25)씨는 "한 달간 뚝 끊겼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주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며 "그전에는 메르스 때문에 2~3명씩 들어오는 소규모 관광객이 전부였지만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고 나서부터는 30~40명씩 단체로 들어오는 깃발부대가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B 화장품 매장도 유커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40대 한 중국인 여성관광객은 마스크팩만 20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 매장 직원 김모(37)씨는 "저번 달까지는 매장에 손님이 없어서 죽을 맛이었다"며 "메르스 전으로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번 달부터는 조금씩 바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패션브랜드 매장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C 매장 점원 이모(33)씨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는 바람에 매출이 90% 이상 줄었다"며 "다만 지난달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같은날 명동 롯데백화점 해외명품대전 행사장도 유커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쇼핑백을 2~3개 가량 들고 행사장을 누볐다.
D브랜드 관계자 한모(45)씨는 "인기 제품은 행사 첫날 거의 다 품절됐다"며 "한 20대 중국인 여성은 같은 제품을 색깔별로 2개나 샀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의 60% 할인된 가격은 160만원이었다.
명동에서 닭꼬치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27)씨는 "거리가 중국인들로 가득 찼던 예전을 생각하면 아직 멀었다"며 "하지만 지난달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늘었고, 중국 손님도 조금 증가한 상황이라 그나마 견딜만 하다"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음식점 주인들도 웃음을 되찾았다. 3층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메르스 때문에 중국과 대만 관광객들은 90%이상 줄었고, 그동안 일본 관광객들로 겨우 버텨왔다"며 "매출이 80%이상 줄었는데 지난달 말부터는 서서히 회복세를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환전소를 찾는 이들도 차츰 늘고 있다. 을지로 인근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박모씨(50)는 "메르스가 정점을 이뤘던 7월 초에는 하루에 한 건도 못하는 날이 많았다"며 "2주전부터는 관광객이 늘기 시작해 오늘 오전에만 10명의 고객이 다녀갔다"고 설명했다.
동대문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E쇼핑몰 인근에서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5)씨는 "한산한 거리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는데, 빽빽하게 들어선 단체 관광버스를 보니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며 "이번 주말에는 메르스 이전 매출의 70%까지 회복했다"고 자랑했다.
동대문 D쇼핑몰 여성복 매장 관계자는 "6월에는 하루 평균 중국인 고객수가 0명이었지만 7월 초에는 5명, 이번 주말에는 30~40명 수준으로 서서히 늘고 있다"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9~10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