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손선홍 前 외교부 대사 "북한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통일 가능"

2015-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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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 과정서 동독 잘 몰랐고 동독 경제 과대평가한 점, 가장 큰 실수"

"남북 통일 과정서 국제사회 지지로 한반도 평화 반드시 유지되도록 해야"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우리가 통일에 앞서 가장 중점을 둘 사항은 역시 북한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상대방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북한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통일 준비를 할 수 있다"

34년동안 외교관으로 독일 통일의 현장을 지켜본 손선홍 전 외교부 대사(현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는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주로 북한의 정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경제 분야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손 전 대사는 "북한의 변화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또한 통일에 대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한 통일 외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통일 과정서 한반도의 평화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국제사회의 지지로 평화가 반드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선홍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남궁진웅 timeid@]


손 전 대사는 독일 통일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주제로 통일 관련 저서를 집필 중이다. 저서에는 콜 총리, 겐셔 외무장관, 쇼이블레 내무장관의 회고록과 통일 과정을 준비했던 독일인들과 나눈 면담 자료등이 들어간다.

저서 집필에 몰두하고 있던 손 전 대사를 만나 통일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손 전 대사와의 일문 일답.

- 통일 전 동서독 관계가 지금의 남북한 관계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통일 전 동서독 관계와 지금의 남북한 관계는 두 나라의 분단 사유가 다르고, 또 유럽과 아시아라는 지리적 차이로 인해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같은 점은 동독 정권이나 북한 정권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고, 또 믿고 있는 점이다(호네커 서기장의 동독 방문). 그러나 동독은 무너졌다. 

차이점으로는 첫째,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나 독일은 없었던 점이다. 동서독 관계가 남북 관계보다 더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사진은 판문점 북한측 구역에서 우리 초소를 경계중인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 [사진=판문점 갤러리 제공]


둘째, 서독이 동독과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꾸준히 한 점이다. 상호 방문이외에도 우편‧통신 교류, 교역 등의 교류를 했다. 또한 동서독은 상주대표부도 교환했다. 이러한 교류가 통일의 굳건한 토대가 되었다. 

셋째, 동독이 일체의 핵 개발을 하거나 서독에 대한 무력 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독은 이러한 동독과 교류를 하고 경제 지원을 하기가 비교적 쉬웠다. 반면에 북한은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하고, 남한에 대해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넷째, 서독이 동독과 대화 채널을 갖고 있었던 점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자 헬무트 콜 총리가 크렌츠 동독 서기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독의 상항이 악화되지 않도록 하자고 협의할 정도였다.

- 독일 통일이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무엇인가.

△ 독일이 통일이 된지 25년이 흘러 많은 분야에서 통합이 잘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있다. 
 

사진은 동독 출신으로 독일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모습.[[사진 = 신화통신]]


첫째, 동서독 지역 간의 소득 격차(42.9%⇒71%)와 실업률(동독지역: 10.3%, 서독지역: 6.0%)격차다. 독일 정부의 노력으로 격차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좀 더 시일이 필요하다. 

둘째, 동독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문제다. 통일이후 서독 주민들에게는 통일이 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통일은 동독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동독 주민들은 돈을 비롯하여 모든 사회생활을 바꾸어야 했다. 특히 직업을 잃었던 상실감이 가장 컸다. 동독 지역 주민들은 변화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기약 없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통일의 낙오자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 

- 독일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볼 만한 점이라면 어떤것이 있나.
 

사진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는 북한 어부의 모습.[사진= 통일부 제공]


△ 독일의 분단 상황이 우리의 사정과 달랐고, 또 통일의 발단도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일이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평화 통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가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며,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고 통일을 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이 있어야 한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독일이 통일을 추진하자 소련, 영국과 프랑스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들이 통일을 하겠다는 독일 국민의 통일 의지를 꺽지 못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우리의 의지가 강하면 주변국 어느 나라도 통일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북한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인들은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실수로 분단 시 동독을 잘 몰랐고, 또 동독 경제를 과대평가한 점을 들고 있다. 통일 과정에서 동독은 서독이 생각했던 동독이 아니었다. 우리는 북한을 잘 연구해, 특히 북한 경제에 대해 가능한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
 

사진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서울 유엔인권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로리 문거븐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아시아 태평양 국장,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 윤병세 외교부장관, 사인 폴슨 초대소장.[사진공동취재단]


셋째, 우리의 통일을 지지해 줄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통일에 대해 특히 소련의 반대가 강했다. 그러나 독일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2+4 회담에서 소련의 지지를 얻어 통일을 이룩했다.

우리의 통일 과정에서도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의 통일을 지지해 줄 든든한 친구가 많아야 한다. 독일 근무 시 겐셔 전 독일 외무장관을 여러 차례 만났었는데, 그는 항상 이점을 강조했다.

- 독일 통일에 외교적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독일 상황과 비교하여 한반도 주변국 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 독일 통일에 4대국의 동의 내지 승인이 필요했으나, 우리는 필요 없다. 얼핏 보면 우리의 통일 여건이 더 나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다 북한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할 나라도 없다. 그리고 독일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나토나 EC와 같은 지역 국제기구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 외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남북 통일에 앞서 우리의 통일을 지지해주고 협조해 줄 국가들을 확보해야 한다. 사진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을 접견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모습.[사진=신화사 제공]


이를 위해 첫째, 좀 더 ‘큰 틀의 통일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은 한반도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 이는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의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여러 연구 결과가 이런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꾸준히 알려 통일을 국제문제화 시켜야 한다.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독일의 통일이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의 분단을 극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둘째, 우리의 통일을 지지해주고 협조해 줄 국가를 확보하여야 한다. 통일의 주체는 남과 북이지만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다.우선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받는 일이 중요하다.

통일 한국이 가장 긴 국경을 마주할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얻기 위한 외교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이 우리나 북한과 맺고 있는 관계보다도 통일된 한국과의 관계가 중국에 더 큰 이익이 됨을 설득시켜야 한다.

- 남북통일을 이야기 할 때 통일 비용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른다.
 

우리는 통일 비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한다. 사진은 설을 앞두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관계자들이 자금 방출 작업을 하는 모습.[남궁진웅 timeid@]


△ 당연하다. 우리의 통일에도 통일 비용이 필요하다. 통일 비용은 통일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 북한 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남한 주민의 어느 정도 까지 끌어올릴 것이냐 에 따라 기관 마다 추정치가 다르다. 

독일은 통일 비용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통일을 맞이했다.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도 비용을 크게 염려하지 않았는데 비교적 건전한 재정, 분단유지비용, 동독 국유재산 매각대금 등으로 어느정도 충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우리의 통일 여건이 독일보다도 더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통일 비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또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한 소득격차가 너무 크다. 독일의 경우, 동독 주민 1명을 4명의 서독 주민이 부양했다. 우리의 경우, 더 어려운 북한 주민 1명을 2명의 우리 국민이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매년 평균 100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를 지원했다. 통일비용을 적립하는 경우 해가 갈수록 잠긴다는 점의 문제가 있으나 최소한 통일 초기 3년 정도의 비용은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한 통일시 최소한 통일 초기 3년 정도의 비용은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진행에 앞서 생각에 잠긴 모습.[남궁진웅 timeid@]


통일 비용 적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재정 건전화 (33.8%)를 가능한 낮게 유지하고, 경제력을 꾸준히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통일 비용이 많이 든다고 통일을 미루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통일로 인해 우리의 경제력이 증대되고,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등 통일의 편익이 더 크다.

통일 비용은 통일 당시는 많은 것 같아도 10년, 50년이 지나면 그리 많은 돈이 아니다. 인구는 8000만으로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많고, 독일과 비슷한 규모다. 북한은 2,500만 명의 거대한 소비재 시장이 될 것이며, 생산가능 인구 의 둔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있다. 동서독과 비교할 때 이를 타개할 만한 외교적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 남북 대화가 열리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있다.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나 실제로는 대화에 관심이 없다. 여러 차례의 남북 대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남북 대화가 열리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북한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체제의 열세와 경제력 격차로 인해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다. 이런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서 5.24 대북 제재 조치를 해제하면 남북관계가 순풍을 달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해제할 경우 잠시 대화가 재개되겠으나 대화가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아야 한다.

해제 문제는 북한의 태도를 보아 검토해도 늦지 않다. 북한에 대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접촉도 꺼리고 있어 외교적 돌파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남북대화를 주도할 사람도 없다. 오로지 김정은이 판단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여기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통일로 가는 길에는 지름길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과 대화를 하고 교류를 해야 한다. 특사 접촉도 대안이나 우선 대화 재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영유아, 산모지원 등 인도적인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70년대 초 빌리 브란트 총리는 ‘작은 걸음의 정책’과 ‘접촉을 통한 변화’를 추진하였다. 결국 동독이 단단히 걸어 잠갔던 빗장을 열은 바 있다.

■ 손선홍 前 외교부 대사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에서 학사학위를,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도 수학했다.
 

손선홍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남궁진웅 timeid@]


1980년 외교부에 입부한 후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과 주오스트리아, 주독일, 주베트남, 주스위스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주본 총영사와 주독일대사관 공사를 역임한 뒤 주함부르크 총영사로 재직한뒤 본부대사를 거쳐 지난 1월 퇴임했다.

오는 3월부턴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특임교수로 강단에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는 '독일 독일인'(1989)과 '분단과 통일의 독일현대사'(2006)가 있다. 논문으로는 '빌리브란트의 동방정책'(1987)과 '독일 통일 20년, 우리는 독일 통일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나'(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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