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한국의 R&D 세제지원 정책이 2012년부터 축소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R&D세액공제의 경우 공제율과 공제대상이 줄고 공제요건이 까다로워졌으며, 여타 R&D 관련 제도도 폐지되거나(R&D 준비금 손금산입 제도) 공제율이 줄었다. 대기업의 R&D설비투자 세액공제율 10%에서 3%로 떨어진 것이다. 이는 주요국의 R&D 확대 노력과 상반된다. 영국은 지난 2013년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 특허 수익에 대해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지난 5월 하원에서 R&D 세액공제의 영구화 법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전경련은 유럽연합(EU) 발표자료를 인용, 2013년 R&D 세계 상위 2500대 기업 중 한국기업은 80개(3.2%)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8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R&D 집중도) 역시 전체 평균 3.2%에 못 미치는 2.3% 수준이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중국 등 후발주자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R&D투자를 더욱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세제지원 확대는 필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4년 120개 전략기술 중 ‘세계 최고기술’이 하나도 없으며, 37개 기술만이 선도그룹에 속했다. 나머지 82개는 추격그룹이었다. 또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불과 2년 사이에 0.5년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R&D세액공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실제로 2013년 신고기준으로 대기업은 전체 R&D공제액의 67.8%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해 대기업이 전체 R&D투자의 74.2%를 집행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R&D는 실패할 확률이 높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이라서 혜택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 밝혔다. 홍 팀장은 “지금은 실적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들을 더욱 독려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기업의 R&D투자액은 최근 10년간(2003~2013년) 3.2배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R&D 인력은 2.3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 수 증가(1.3배)를 뛰어넘으며, 고급 일자리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그러나 R&D공제 축소시 이러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용일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R&D투자가 1조원 증가할 경우 1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데, 공제가 축소되어 투자가 1조원 줄어들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전경련은 지금까지의 R&D지원 축소로도 벌써 R&D투자가 1조원 가까이 줄었을 것이라 예상하면서, R&D 지원축소 조치들이 최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R&D 증가율을 더욱 떨어뜨릴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한데, 공제제도에 대한 논의가 민간투자 유도 효과가 아닌 단기 세수확보에 집중되어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R&D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8.5%로, 영국(63.4%), 프랑스(64.6%), 독일(67.8%), 미국(69.8%), 중국(76.2%), 일본(76.6%)보다 높은데 R&D에 대한 세제지원 축소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이끄는 민간의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