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형제의 밤’ 신뢰를 잃은 사회에 변화구를 던지다

2015-07-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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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 역의 조선형과 김연소 역의 김두봉이 무대 중앙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정등용 기자]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돼지곱창도 믿으면 소곱창이 되고, 와인도 믿으면 복분자가 돼”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태에 이어 올해에는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았다. 비상 상황 속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했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신뢰가 상실된 사회에서 살아왔다.

연극 ‘형제의 밤’은 제목만으로는 예상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주인공인 이수동과 김연소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다. 게다가 두 명 모두 엄마와 아빠에게 각각 입양됐다. 완벽하게 남인 셈이다.

두 형제는 성격마저 판이하게 다르다. 명문대 출신으로 언론고시를 준비 중인 수동은 소심하고 여린 성격에 독립심도 없다. 반면, 개인 사업을 진행 중인 연소는 불같은 성격에 다혈질이지만 정 많은 인물이다.

수동과 연소는 사사건건 대립을 한다. 재산 분할 문제부터 우산 하나를 두고 아옹다옹하는 모습까지 두 사람은 여느 평범한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기도 하고 치고받고 싸우기까지 한다.

끝날 줄 모르던 두 사람의 갈등은 핀란드에 있는 또 다른 형제인 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봉합된다. 수는 엄마와 아빠의 샴쌍둥이 친자식으로 태어나자마자 핀란드로 보내진 또 다른 형제다.

세상에 둘만 남겨졌다는 현실을 깨달은 두 형제 사이에 신뢰가 싹 트기 시작한다. 수동은 소주잔 두 개에 빗물을 받아 그것이 소주인 양 연소와 나눠 먹는다. “돼지곱창도 믿으면 소곱창이 되고, 와인도 믿으면 복분자가 된다”는 연소의 말을 받아들인 것이다.

‘형제의 밤’의 연출과 함께 수동 역을 소화한 조선형 씨는 연극이 주는 메시지에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 후 인터뷰에서 “믿음이란 부분이 무너지면 관계도 무너진다. 인간 사이의 소통, 관계, 믿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두 인물이 피 한 방울 안 섞인 원수였지만 서로 이해하고 가족이 된다.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공연에 대한 의미를 전했다.

그렇게 ‘형제의 밤’은 신뢰를 잃은 우리 사회에 돌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공연은 8월 2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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