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가운데)[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 “위기의 정면에서 거품과 속성을 도려내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20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긴급 담화문을 통해 “지난 주부터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회사 소식에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충격이 크셨을 것이다. 이유불문하고 회사를 대표해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부터 드린다”고 서두를 꺼냈다.
“도대체 회사가 왜 이런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별도 자리를 통해 자세히 설명 드리겠다”는 그는 임직원들이 느낄 혼란을 감안해 우선 서면을 통해 알리고자 담화문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제가 9년 만에 다시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한 게 지난 5월이었다. 취임 후 업무보고 과정에서 큰 의문점을 발견했다. 사업계획상의 실적 예상치와 현장의 실적 예상치가 차이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문 실사를 거쳐 회계원칙에 따라 파악해 본 결과는 그 동안 저나 여러분들이 생각해온 대우조선해양의 모습과는 현저히 달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부 실사에서 드러난 세 가지 부실 원인을 설명했다.
정 사장은 “가장 큰 원인은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원가가 실제 건조 과정에서 크게 늘어나면서 애초 예상한 실행예산을 넘어선 때문으로 판단된다. 설계와 조달을 망라한 EPC 공사 등 미경험 프로젝트들을 대거 건조하면서 설계와 공정상 오류가 많았고, 기존에 건조했던 유사 프로젝트 실적을 기준으로 추정했던 실행예산이 우리 의욕만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졌다”며 “대규모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숙련 작업자의 낮은 생산성도 원가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번째로 선박을 인도하고도 못 받은 외상값들, 이른바 장기매출채권 중 일부는 회수가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도 상당수 확인됐다”며 “세 번째 원인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해외 조선소나 풍력 사업 등 자회사 손실이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는 정황이 결산확정이 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불거지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며 “회사는 주주와 금융시장, 고객, 내부 구성원들이 느끼는 혼란을 조기에 해소하고 회사 재무 개선을 시급히 이루기 위해 잠정 파악된 손실을 회계 원칙에 따라 이번 2분기에 모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2분기 실적 발표도 최대한 앞당길 예정이다”고 전했다.
또한 “회사의 재무개선을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긴급 실사와 채권단 협의를 거쳐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이번 주부터 곧바로 실사와 관리를 담당할 채권단 실무진이 회사에 상주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채권단의 지원과 함께 우리에겐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책임이 주어졌다. 부동산과 주식 등 비업무성 자산을 매각할 것이며, 고정비 등 각종 비용 절감에 배전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생산 일정 준수와 수주도 차질 없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고용불안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질적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체질개선과 조직기강을 바로 세워 최단 기간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는데 모든 노력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회사의 일로 우려가 큰 고객사, 거래 기업 등 외부 관계자들에게도 우리 상황을 정확히 설명 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해와 협조에 앞서 우선적으로 가장 전제가 돼야 할 것이 우리 구성원들의 의연한 대응이다”며 “우리가 동요 없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외부에서도 안심하고 협조와 협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조합에도 대승적 판단과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임원들부터 비장한 각오로 위기극복에 앞장서겠다. 지난 주말에 긴급 비상 워크숍을 1박2일간 열어 사즉생의 마음으로 위기 극복 결의를 다졌다”며 “몸 속의 환부를 도려내야 제대로 병을 치유하듯,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 스스로 벌거벗는다는 마음으로 이 위기를 정면으로 맞이하자.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회사 내에 도사린 거품과 속병을 완벽히 도려내고, 지속성장과 존속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회사로 다시 만들어 나가자”고 전했다.
그는 “다행히 액화천연가스(LNG)선 본격 건조 실적이 반영되는 2016년부터는 영업이익 시현 등 건강하고 내실 있는 제대로 된 회사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가 사장으로서 확실하게 약속드린다”며 “직원 여러분들께서는 차분한 마음으로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일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아무리 짙은 먹구름도 그 너머엔 밝은 햇빛이 존재한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오직 하나,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일 뿐이다. 담대하게 이 상황을 맞이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