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썸머나잇’(감독 김상진·제작 더 램프) 개봉일인 15일 아주경제와 만난 류현경은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여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시나리오 수정을 도왔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구축할 때, 저는 저를 납득시키는 과정을 만들어요. 제 안에 역사를 만드는 거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어요. 특히 ‘쓰리썸머나잇’ 같은 경우는 감독님께서 ‘나는 여자를 잘 모르니 네 생각을 말해달라’고 하셔서. 지영이라는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어요.”
“지영이의 장면들은 감독님, 동욱이와 함께 상의하면서 만들어간 것들이 많았어요. 지영이와 명석의 과거 장면이 그중 하나죠. 감독님께 직접 ‘납치당한 여고생이 지영이면 어떨까’하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랬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감독님께서 ‘예전 시나리오에는 그런 설정’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류현경은 스스로 지영의 전사를 만들고, 이해하며 조금 더 캐릭터가 밀착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있었다. 바로 지영이 덜컥 부산행 기차를 타고 명석을 찾아간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그렇게까지 하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8년째 연애를 해왔고, 결혼을 앞둔 상태에다가 애정과 믿음에 대한 문제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죠. 그런 과정들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추가되기도 했고요.”
본래 ‘쓰리썸머나잇’에는 지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적었다. 지영이 어떤 과거를 가졌고 어떤 마음으로 명석과 8년이나 연애를 해왔는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때문에 류현경은 지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려움을 느꼈고, 가깝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했다.
“영화 후반부 명석에게 ‘얘기 해’, ‘얘기 하지 그랬어’하고 명석을 달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에요. 감독님, 동욱이와 지영과 명석의 관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현장에서 바로 시나리오를 바꿨어요. 그리거 그 장면 때문에 명석과 지영이의 결말이 바뀌기도 했어요. 해운대에서 헤어지고 나중에 재결합하는 결말이었는데 중간에 마음을 확인하고, 오해를 허물게 됐던 거예요.”
대화와 이해를 통해 완성된 지영이라는 인물이기에 작품에 대한 류현경의 애정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시사회 당시 김상진 감독은 “영화가 끝나고 류현경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류현경은 “그냥 재밌어서 그랬다”며 멋쩍은 듯 웃는다.
“사실 영화를 1년 전에 찍어서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났어요. 그래서 처음 보는 영화처럼 더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요. 다들 ‘네가 잘 나와서 그런 거 아니야?’하고 묻는데 저는 임원희 선배님 장면들이 더 웃겼어요(웃음).”
극 중 지영은 세 남자캐릭터만큼이나 인상적인 모습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시사회 후 류현경의 코미디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고 칭찬하자 그는 “작품 속 상황들이 지영을 더욱 재밌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남자 위주의 영화다 보니 이 정도로 지영에 대한 관심이 높을 줄 몰랐죠. 저는 지영이 변화하는 지점들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고군분투하는 상황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말들도 웃기고요.”
캐릭터에 대해 작품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다 보니 자연스레 ‘쓰리썸머나잇’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매 작품을 촬영할 때마다 일기를 쓴다”는 그는 “인터뷰 전 ‘쓰리썸머나잇’ 당시 쓴 일기를 읽어보았다”고 밝혔다.
“아쉬워하는 내용의 일기가 많았어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욕을 더욱 차지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순발력이 있었다면 더욱 유연하게 대처했을 텐데. 이런 생각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는 그런 모자란 부분이 잘 다듬어져서 나온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쉬움이 남죠.”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류현경은 “만족보다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한다. 평소 “연기에 있어 찝찝함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는 류현경은 “이런 찝찝한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 연습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맡은 역에 있어서 최대한 제가 가진 면모를 드러내려고 해요.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없어요. 그걸 어떻게든 이해하고, 납득시키려고 노력하거든요. 그건 스스로의 신념 같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