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운정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늦은 시기에 미국LPGA투어 첫 승을 거뒀다. 그러나 그는 지난 11일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대회 '9홀 최소타수'(29타)를 기록하는 등 정상급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진=볼빅 제공]
국산 골프볼을 쓰는 최운정(25·볼빅)이 7년 기다린 끝에 미국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뒀다. 투어 데뷔 이후 156개 대회에서 동료들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던 그는 157개 대회 출전만에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긴 세월동안 그의 골프백을 메어준 사람은 아버지였기에 첫 우승의 감격은 유달랐다.
최운정은 4라운드합계 14언더파 270타(73·66·65·66)로 장하나(23·비씨카드)와 공동 선두가 돼 연장 승부를 벌였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지킨 최운정은 어프로치샷 실수로 보기에 그친 장하나를 따돌리고 투어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08년 프로가 된 그는 그 해 미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 응시해 2009년부터 미LPGA투어에서 활약했다. 최운정은 이 대회전까지 156개 대회에 출전해 2위만 세 차례(2012년 매뉴라이프클래식, 2013년 미즈노클래식, 2014년 호주여자오픈) 하다가 157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최운정의 첫 승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날아갈 뻔했다. 중간합계 14언더파로 장하나와 동률인 상황에서 시작한 18번홀에서 그의 티샷은 왼쪽 러프로 날아가 위기를 맞았다. 최운정은 어렵사리 4온을 한 끝에 2.4m거리의 파퍼트를 남겼다. 장하나는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앞뒀다. 장하나의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위기를 넘긴 최운정에게 연장에서 기회가 왔다. 최운정이 세번째 샷을 홀옆 7.5m지점에 떨군 반면, 장하나의 서드샷은 그린을 넘어 러프로 들어갔다. 네 번째 샷도 홀을 한참 지나간 바람에 2퍼트로 파를 잡은 최운정이 우승컵을 안았다.
최운정은 “우승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마지막까지 긴장됐다”며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는 파를 잡는다는 생각으로 침착하게 하라‘는 아버지 말대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운정은 “첫 우승은 어려웠지만 이제 2승, 3승째는 금방 이뤄내고 싶다. 지난해 상금랭킹(10위)을 능가하는 성적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최운정은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50만여달러) 랭킹 16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40위에서 25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최운정은 볼빅 ‘화이트칼라 S3’볼을 쓰고 있다. 볼빅 볼을 사용해 미LPGA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이일희 이미향에 이어 세번째다. 이미향은 이번 대회에서 공동 18위에 올랐다.
한국선수들은 올해 미LPGA투어에서 11승을 합작했다. 이는 2006년과 2009년에 세운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과 타이다.
올해 투어에 데뷔한 장하나는 1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사흘동안 선두를 달리며 첫 우승에 도전했으나 1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리디아 고(고보경)는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3위, 김효주(롯데) 백규정(CJ오쇼핑)은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5위, 세계랭킹 1위 박인비(KB금융그룹)는 10언더파 274타로 공동 8위, 유소연(하나금융그룹) 김세영(미래에셋)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8언더파 276타로 공동 1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