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0년째 답보상태에 놓인 인도 오디샤주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권 회장은 15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면담에서 ‘(포스코는) 앞으로 (인도)서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서부는 자동차·전자업체들이 많이 있어 하공정(쇳물을 뽑아내 만든 철강제품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공정)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는 오디샤 프로젝트를 인도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포스코가 사실상 건설 포기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설명했으나 이 보다는 철강시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품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포스코는 지난 2005년 인도에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짓는 대가로 오디샤 주정부로부터 총 6억t에 달하는 철광석 채굴권을 받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광산 개발과 제철소 건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및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지원 미숙 등으로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착공조차 못한채 방치됐다.
포스코는 오디샤 프로젝트에 120억 달러(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인도 최대 외국인 직접투자 사업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철강업체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악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포스코로서도 당장 오디샤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어렵다. 이날 권 회장은 경영쇄신방안의 하나로 해외 상공정 추진을 지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회장의 발언은 인도 정부에 공을 넘김으로써 체력안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한편, 당장 사업 중단시 정부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우려를 가능한 한 최소화 하기 위해 서부지역 하공정 투자확대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