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추경(추가경정예산) 정국의 여론전이 본격화됐다.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의 정부 추경 예산(11조8000억원)에 맞서 야권이 세입결손 부족분(5조6000억원)의 전액 삭감을 주장하면서 추경 정국의 승자를 향한 여야의 사활을 건 두뇌싸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역대 추경마다 ‘경기활성화의 마중물이냐, 단기부양책의 달콤한 독이냐’의 논쟁이 들끓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경 정국의 최종 승자는 민심이 ‘위기대응 대 경기부양’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여론이 전자에 손을 들어줄 경우 ‘단기전 승부’, 후자 쪽으로 기운다면 ‘장기전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부·여당은 ‘위기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한 광범위한 재정집행을 신속히 추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뭄 및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며 정부 원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수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포함된 정부 추경안을 ‘내년 총선용’으로 규정하며 단기적 경기부양에 반대하고 있다. 세출 추경 6조2000억원 중 정부가 SOC사업에 배정한 1조5000억원도 삭감 대상이다. 다만 법인세 인상 카드를 ‘플랜 B’로 정한 뒤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변수는 여론전이다. 일단 유리한 쪽은 정부·여당이다. 그리스발(發) 금융 불안과 수출 악재·메르스·가뭄 등 대내외적 악재로 올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3.1%에서 2.8%로 낮췄다. 경기불안을 고리로 추경 예산 편성의 당위성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야권은 정부의 세수펑크를 고리로 ‘책임론’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과거보다 추경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여론의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재정보강책인 총 22조원(메르스 추경 포함)이 3분기에 100% 집행될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 경제성장률이 0.26%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0.3% 포인트보다 0.04% 포인트 낮은 수치다.
앞서 2009년 28조 4000억원의 ‘슈퍼 추경’ 예산을 편성했지만, 2010년 6.5%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2년간 ‘3.7%→2.3%’로 급락했다. 2013년 때도 17조3000억원의 추경 편성에도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2.9%→3.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한 예산정책처는 145개 추경 세부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 36개 사업에서 45건의 문제점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업 4건당 1건꼴로 문제가 있는 셈이다.
이 중 16건은 연내에 집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돼 연내 집행 가능성을 추경의 중요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계획이나 사전절차 등 사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도 16건, 실질적인 사업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은 3건, 중복 지원 가능성이 큰 사업 등 철저한 집행관리가 필요한 사업도 10건에 달했다.
예산정책처는 세입경정에 대해 “특별한 위기상황이 아님에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지속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경이 반복되는 점은 문제”라며 “국민신뢰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 부작용을 해소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의 극명한 견해차로 정부의 제시안(오는 20일)은 물론, 여야의 임시 데드라인(23~24일)까지도 최종 합의는 난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