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국가 부도 위기의 그리스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미국과 그리스 사이에는 무역을 통한 경제교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미국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인구통계국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미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대 그리스 수출 실적은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 수치를 보면 미국의 전체 수출 규모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05%에 불과하다.
실제로 미국의 대 그리스 상품 수출액은 계속 감소하는 중이다. 특히 2009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수출이 더욱 급감해 현재는 2009년에 비해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24억 9000만 달러였던 2009년 미국의 대 그리스 수출액은 지난해 7억 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백악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그리스 위기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낮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리스 위기가 유로존 경제에 부담이 되면 이것이 미국의 수출을 다소 꺾이게 할 수는 있다고 경고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의 지적처럼 문제는 미국의 주요 수출국인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사태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 (EU) 28개 국가 중 20개 국가가 그리스보다 미국의 수출액이 많다. 반면 EU 국가 중 그리스보다 미국의 수출액이 적은 국가는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몰타,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이다.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교해도 그리스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변방에 속한다. 2014년 기준으로 그리스는 미국의 233개 수출국 중 93위 규모로, 튀니지, 케이먼군도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의 대 그리스 주요 수출 품목은 상업용 항공기, 계측 및 시험장비, 석유, 견과류, 구리 등이다. 반면 그리스로부터의 주요 수입 품목은 올리브, 소비재, 알루미늄, 석재, 시멘트, 골동품 등이 꼽힌다. 2014년 총 수입액은 약 10억 달러로 2010년 8억 달러에 비해 증가했지만 미국의 무역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비중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국제무역 규모에서 그리스와의 교역 비중이 적어 그리스 사태가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의 경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리스에서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경우 미국의 성장도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미국의 임금인상 및 물가상승의 조짐이 나타날 때까지 금리인상을 연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준이 IMF의 금리인상 연기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연준은 두달 전 IMF의 금리인상 연기 권고에 대해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