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그리스 국민투표가 '반대'로 결정 난 뒤 유럽의 미래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현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그리스와 유럽의 미래에 확실한 게 없다는 사실 뿐이다.
7일(이하 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그리스 사태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채권단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국민투표 결과가 매우 유감스럽다”며 “그리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어려운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 역시 “불행히도 그리스와 유로존 국가들 사이 틈새가 더 넓어졌다”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고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MF 대변인은 “그리스가 지난주 IMF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만큼 연체 규정에 따라 금융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그리스가 채무를 갚을 경우에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IMF의 입장을 같이 했다. ECB는 5일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데 이어 이튿날 발표한 성명에서 “ELA와 연계한 담보 비율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담보 비율을 높이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제한된 그리스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자금지원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 프랑스를 비롯해 그리스와 상황이 비슷한 이탈리아, 스페인은 그리스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이제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에 남고자 하는 진지하고 믿을 만한 제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다른 유럽을 재건설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특히 그리스 사회와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결정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협상 재개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채권단에 미운털이 박힌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을 물러나게 한 뒤 바로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외무차관을 자리에 앉혔다. 같은 날 치프라스 총리는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을 비롯해 연립정부의 소수정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 대표, 원내 4개 야당 대표 등과 회의를 열고 정부를 지지하는 공동성명문 채택을 끌어냈다. 거국 내각 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원내 3개 야당의 초당적 지지를 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