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생일 맞은 달라이 라마...中, 반중국 시위 경계하며 단속 강화

2015-07-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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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왼쪽)가 7월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위치한 부시대통령센터에서 조시 W. 부시 대통령 부부로부터 80세 생일 축하 케이크를 선물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달라스 = 달라이 라마 공식홈페이지]

 

달라이 라마(오른쪽)가 6월 28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남부 서머싯에서 열린 세계적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석해 록가수 패티 스미스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서머밋 = 달라이 라마 공식홈페이지]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80세 생일(양력 7월6일)을 맞이해 중국 당국이 티베트인들의 반중(反中)시위를 우려하며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로 여든 번째 생일을 맞는 14대 달라이 라마의 고향인 티베트에서 군중집회를 전면 금지시킨 채 단속 수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NBC뉴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공안들은 달라이 라마 추종자 등 방문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티베트에 인접한 중국 칭하이(靑海)성에 위치한 달라이 라마 생가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현지 순례자들만의 출입만 가능하며, 외부인의 경우는 특별한 허가증이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생가가 있는 마을로 진입하는 길목 곳곳에 감시카메라도 설치돼 있다.

생가 유지 및 관리를 위한 자금은 중국 정부에 의해 지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대규모 '도시화' 프로그램이라는 명목 하에 생가 보존을 위해 250만 위안의 예산을 배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달라이 라마의 고향인 칭하이성 하이둥(海東)시 핑안(平安)현에 인접한 탁처(현재 명칭은 훙아이) 지역에 사회기반시설과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도시화'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외형적으로는 달라이 라마의 생가를 보존하며 티베트 고유문화를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티베트의 중국화를 통해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탈색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달라이 라마의 고향을 도시화하는 것 또한 이같은 목적이 짙게 깔려있다.

달라이 라마의 80번째 생일을 앞두고 중국 당국은 한 달 전부터 '리틀 티베트'로 불리는 간쑤(甘肅)성, 쓰촨(四川)성, 칭하이성의 티베트인 집단 거주 지역에서 달라이 라마의 생일 축하 행사 등 군중집회를 일절 금지시켰다. 달라이 라마의 생일 축하 행사를 통해 중국의 강압통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잉글랜드 남부 서머싯에서 열린 세계적 음악 축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주최측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자 격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반중국 분리주의자'로 낙인 찍힌 달라이 라마가 이 축제 무대를 티베트 분리독립을 전세계로 알리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달라이 라마는 페스티벌에 참석해 자비와 비폭력 등을 연설했다.

최근 티베트 지도자 계승 문제를 놓고도 중국과 달라이 라마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부터 14대인 자신이 마지막 달라이라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당국은 이를 맹비난하면서 티베트 최고지도자 계승문제는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1995년 달라이 라마는 서열 2위인 겐둔 치아키 니마를 부교주 판첸 라마 환생자로 지명했으나,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공산당 당원 가계 출신 기알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 환생자로 선출하도록 조정하고 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그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고 티베트 사원에 중국 국가지도자들의 초상화와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걸도록 하는 등 티베트에 대한 사상적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강압적 움직임에 중국 내 티베트 지역에서는 반중국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중국 지배에 항의하는 티베트인 분신자살 수는 모두 139명에 달한다. 지난 4월에도 중국 내 티베트인 집단 거주지역에서 한 남성이 달라이 라마의 귀환과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지난 1959년 중국에서 추방된 달라이 라마는 인도에서 망명생활 중이다. 현재 달라이 라마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혼다센터에서 열리는 '글로벌 컴패션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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