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재벌보다는 하위권이 외부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으로, 계열사 간 자금거래 액수나 횟수가 현저하게 많은 곳은 주식이나 회사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아주경제가 자산 5조원 이상인 재벌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집계한 결과 횟수와 액수는 올해 들어 3일까지 각각 116건, 94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신규거래 또는 상환연장 사례만 집계한 것이다. 액수가 전년 동기 1조1466억원보다 약 17% 감소했지만, 59건에 그쳤던 횟수는 97% 가까이 늘었다.
기업집단별로 보면 상반기 공시상 누적액, 횟수가 가장 많은 곳은 중흥건설그룹이다.
중흥건설그룹 1곳이 기록한 누적액만 1조4125억원으로 전체(2조5775억원)에서 약 55%를 차지했다. 횟수도 74건으로 상반기 총계인 116건 가운데 64%에 맞먹었다.
중흥건설그룹 다음으로 부영그룹이 누적액 5601억원(횟수 7건)으로 2위를 기록했다. 대성그룹(3115억원, 13건)이나 동부그룹(1295억원, 6건)도 액수가 1000억원을 넘었다.
이어 KT그룹(469억원, 1건) 및 CJ그룹(329억원, 1건), 이랜드그룹(200억원, 1건), 현대그룹(144억원, 2건), 삼성그룹(130억원, 1건), 현대백화점그룹(120억원, 1건), 세아그룹(102억원, 1건) 순으로 액수가 컸다.
금호아시아나그룹(60억원, 4건) 및 한화그룹(50억원, 1건), 현대산업개발그룹(30억원, 1건), 효성그룹(5억원, 2건)은 모두 100억원 미만이다.
중흥건설그룹을 보면 중흥건설이 2014년 말 기준 중봉건설과 중흥토건, 시티종합건설을 비롯한 계열사에 총 3588억원 규모로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대성그룹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도 나타난다. 계열사인 글로리아트레이딩은 2014년까지 해마다 적자를 내는 바람에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고, 운전자금을 내부차입으로 메꾸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가치가 있어 돈을 빌려줬다면 긍정적이지만, 재무가 나빠지고 있는 곳에 자금을 대여하는 기업은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