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의 ‘신의 한 수’로 파행 정국의 물꼬가 트였다.
정 의장이 내달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30일 밝히자 여당은 ‘투 트랙’(국회법 개정안·민생 법안의 분리), 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포함한 ‘민생국회 정상화’로 화답한 것이다.
◆鄭 “국회법 개정안 내달 6일 처리”
정 의장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내일 예정된 본회의를 7월 6일로 변경한다”며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의 건을 우선 처리하고, 인사 안건 2건(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및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선거의 건)과 본회의에 부의된 법률안 전체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내달 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닷새 늦추는 한편, ‘선(先) 국회법 개정안-후(後) 민생 및 인사 법안’ 처리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앞서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지난 29일 자정까지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뒤 직권상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 상정 이유와 관련해 헌법 제53조제4항을 거론하며 “헌법을 준수해야 할 입법부 수장으로서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밟는 것이 국회의장의 의무”라고 전했다.
정 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결정 직후 여야의 움직임은 한층 빨라졌다. 새누리당은 국회 본회의에는 참여하되, 표결에는 불참키로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늘부터 상임위원회 일정을 포함, 민생국회를 정상화한다”고 밝혔다. 거부권 정국에서 궁지에 몰린 여야 모두 ‘출구전략’을 꾀하게 된 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 의장 발표 직전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 의장이 오늘 중으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평소 의회주의자인 정 의장이 여야에 ‘윈윈’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鄭 승부수, 거부권 정국 중대 변수…왜?
적중했다. 19대 국회 전체 의원 수(298명)의 과반을 점한 집권여당(160석)이 표결 불참을 선택함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 재의 안건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됐지만, ‘투 트랙’ 전략으로 민생법안 처리에는 동참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도 부결에 따른 사퇴의 길을 열어주게 됐다.
뿐만 아니라 여권 내분으로 ‘올스톱’된 당·정 협의의 물꼬도 트였다. 당·정은 내달 1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을 위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야권도 숨통이 트이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관철을 고리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던 야권은 그간 현실적으로 재의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출구전략’ 찾기에 고심했다. 자칫 ‘국정 발목잡기’ 비판을 오롯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야권도 정 의장의 재의 결정으로 거부권 정국의 ‘플랜 B’로 전략을 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정 의장의 재의 결정은 대단히 상식적인 것”이라며 “정 의장이 이전 국회의장과는 달리, 헌법 정신에 맞게 책임 있는 의장 역할을 하면서 정국 순항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