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9.77포인트(1.42%) 하락한 2060.49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하루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08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에 비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11억원, 92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도 17.46포인트(2.33%) 내린 733.04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결렬로 디폴트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채권단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하며 국민투표 때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종료일을 기존 6월 30일로 재확인하면서 그리스의 요청을 거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오는 30일까지 15억 유로를 상환하지 않는다면 규정에 따라 추가 금융지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는 28일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때까지 은행 영업을 중단하는 긴급 조치를 결정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그리스 정부가 은행자금 인출을 제한하면서 생긴 단기 공포감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지급준비율 인하 등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가 급락한 것도 코스피 낙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날 그리스 직격탄을 맞은 것은 국내 증시 만이 아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26일) 대비 596.20 포인트(2.88%) 하락한 2만109.95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39.84포인트(3.34%) 떨어진 4053.03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25.3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8.4원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종가가 112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일 이후 21일 만이다.
증시는 다음달 5일 열리는 그리스 국민투표까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김윤서 연구원은 "만약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그렉시트 수순을 밟게 된다"며 "당분간 그리스 관련 잡음이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사태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한국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도 예정돼 있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충격과 기간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매크로전략팀장은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리스 리스크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는 7월에는 미국 저금리 기조 유지,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 강화 등으로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과 중국 정책 모멘텀의 힘이 커지며 분위기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