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김규한)이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보환)과 함께 국립공원 지역 산사태 피해예방을 위해 국내 지역별 지질특성에 최적화된 산사태 감시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구환경연구본부 지질환경융합연구센터 채병곤 센터장(책임연구원) 연구팀은 2014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 지리산 국립공원과 설악산 국립공원 내 산사태 위험지역 및 상습 발생지역 4개소(지리산 3개, 설악산 1개)에 산사태 감시시스템을 설치했다.
인명피해를 가져온 우면산 산사태, 춘천 펜션 산사태와 같이 우리나라 산사태의 90% 이상은 여름철 집중호우에 의해 발생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산사태 발생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고 조기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강우량과 강우조건이 동일하다해도 모든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지질학적 특성이 산사태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며 산사태 예측 및 조기경보에 지역별 지질 특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이유다.
이번 국립공원지역에 설치한 산사태 감시시스템은 산사태의 정확한 사전예측을 위해서 강우량과 함께 비가 땅 속에 스며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지질학적 특성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를 위해 지층 내 함수상태 및 응력상태, 지층 움직임, 토석류 흐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사용하며, 사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해 레이더위성(SAR) 정보를 활용한다.
이렇게 측정된 현장 자료는 무선통신방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 전송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질과학기술을 동원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해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도심지역 등의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산사태 경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하기 최소 1시간 이전에 산사태를 경보할 수 있는 기준을 3년 이내에 마련하고, 해당지역 주민 대피와 응급 대응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다.
강우와 지질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산사태 경보기술은 해외에서도 최근에 와서야 연구가 시작된 분야다. 이 기술 개발이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가 산사태 경보기술 분야에서 세계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김규한 원장은 “국립공원은 물론 전국 산사태 빈발지역에 산사태 감시시스템을 확대 구축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산사태 발생 정보를 정부와 지자체에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라며, “산사태 등 지질재해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과학기술적 토대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