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한때 중국의 부동산·건설 개발 붐으로 호황을 맞았던 한국 중장비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함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중국 내 굴삭기 판매량은 지난 2010년 기록한 최고치 1만8467대에서 지난해 3743대로 급격히 줄었고, 같은 기간 두산인프라코어의 판매량도 각각 2만2093대에서 6905대로 감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서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중동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상황이 됐다.
이상기 현대중공업 건설장비사업본부장은 아무리 판매지역을 확대해도 중국 건설시장 둔화에 따른 충격을 상쇄할 수는 없다고 FT에 전했다.
그는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중국 시장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둔화와 함께 신규 주택 건설이 줄면서 건설 장비 판매율은 2012년부터 줄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굴착기는 모두 8만4573대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11년 16만9182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제조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제조업체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FT는 특히 한국 업체가 가장 고군분투 하고 있다고 평했다.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던 한국 기업들이 중국 토종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기업인 산이(三一) 중공업의 점유율은 지난 2009년 6.6%에서 올해 1분기 17%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일본의 코마츠, 히타치, 고베철강과 미국 캐터필러와 같은 우수한 품질을 앞세운 기업들이 또 다시 유리한 고지를 탈환하고 나서면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캐터필러의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은 약 11%로 지난 5년 사이 약 두 배 늘어났다.
이를 두고 FT는 중국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같은 형세라고 빗대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가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7년 49억 달러에 미국 밥캣을 인수, 다른 해외 지역으로의 건설 장비 수출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그친 반면, 북미·오세아니아 지역은 69%까지 늘어났다.
현대중공업도 건설 장비 시장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매출이 타격을 입은 데다, 그간 안정적 매출을 보여왔던 리비아에서도 카다피 정부 전복 이후 시장 진입이 완전 차단되는 난관에 직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