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구조개편]발목 잡힌 1차 개편, 풀수 있을까?

2015-06-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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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재계 구조개편 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합병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메니지먼트의 반대로 공방을 빚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과 관련, 삼성그룹측 관계자는 ‘반드시’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말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대량 행사로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건은 충격적이었지만 이번 사안은 다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필요 과정이다. 이번 합병이 마무리 돼야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 건을 이어갈 수 있는데,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데 이어, 그룹 차원에서 엘리엇의 공세에 맞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등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7일 결과에 촌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병해 7월1일 출범할 예정인 ‘통합 현대제철’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자신의 주식을 회사가 사도록 요청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발행주식수의 6%에 해당하는 5000억원, 현대하이스코는 13.8%에 해당하는 2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합병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일단 현대제철이 조사한 결과를 놓고 보면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망된다. 단 주주총회 등에서 합병에 반대하지 않았던 국민연금공단이 의견을 바꾸거나, 침묵했던 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현대제철 지분 6.6%, 현대하이스코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이 진행중인 사업 구조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1단계 과정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진행할 추가 개편작업의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 많은 대기업이 올 상반기내로 1차 개편을 완료하려는 분위기다.

1차 구조개편의 핵심은 기존 사업을 떼어내거나 이종 사업간 결합하고,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물리적 개편이 주를 이뤘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간 4개 회사(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빅딜, 세아그룹의 포스코특수강,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및 SPP율촌 인수 등이 그룹간 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자회사 퓨얼셀파워 합병 및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도 인수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 목적의 재편도 진행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 부재 속에 SK는 오는 8월 SK C&C와 SK(주)의 통합법인이 출범하며, 부동산 개발·신재생에너지 발전 계열사인 SK D&D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예정돼 있다.

한진그룹도 2013년 출범한 지주회사 한진칼이 기존 지주사 역할을 해왔던 정석기업을 합병해 지주사 체제 작업을 마쳤다.

그런데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 예상치 못했던 발목을 잡혀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오는 7월 1일 한화테크윈을 출범시키는 한화그룹도 합병에 반대하는 노조를 완전히 설득해내지 못하고 있다.

유사업무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개편을 진행중인 현대중공업 그룹은 최근 권오갑 사장이 긴급 담화문을 통해 인력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지만, 불구하고 동요된 분위기를 잠재우는 데 역부족인 듯하다. 포스코도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권오준 회장의 혁신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이 구조개편을 하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주력사업의 한계, 시장 둔화 및 축소 등이 맞물리면 하루아침에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는 조직이 기업이다. 다수의 기업이 21세기 들어 가장 강력하게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번에 변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기존에 안주했던 이들의 강한 저항도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등을 비롯한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저항에 부딪친 것은 과거와 달리 기업의 가치사슬에 속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예측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기존에 이어 향후 진행될 구조개편 작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이들에게 제대로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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