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합병 반대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입장이 합병 가능 여부를 판가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현황은 외국계 33.75%, 삼성가 13.80%, 국민연금 10.15%, KCC 5.96%, 일성신약 2.11%, 국내기관 2.45%, 소액주주 31.78%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이 발표되자, 엘리엇은 최근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신청하면서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절차에 착수했다.
이 기간 중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과 엘리엇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17일 열리는 주주총회가 최대 분수령이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엘리엇은 가급적 많은 반대의사 의결권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삼성물산 주주에게 이번 합병의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외국인 투자자 뿐 아니라 국내 기관 등에도 동조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이미 국민연금에 이와 관련한 서한을 보낸 상태다. 현재로선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삼성 측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센터장은 "삼성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19.8%에 불과한데, 지분 10.2%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현 시점에서는 삼성 편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봤을 때 ISS의 의견도 엘리엇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외국계 기관이나 연기금은 ISS의 의견에 따라 투자의견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외국인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삼성으로선 최소한 국민연금의 도움을 받아야 승산이 생기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현재 담당 부서에서 의결권과 관련해 논의 중으로, 주주총회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최대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투자위원회가 열리면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투자위원회를 열고 있으며, 위원회를 통해 주요 투자안건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