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개인전 연 작가 도윤희 "억제했던 색 폭발, 손의 감각에 의존했죠"

2015-06-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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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Night Blossom' 신작전 7월 12일까지

[도윤희,무제,2015,캔버스에 유채,220x170cm,YHT_NB_1502]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억제되어 왔던 '색'을 폭발시켰다. 몽실몽실 색책로 피어난 확폭은 거대한 꽃 밭 같은 신비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 도윤희(54)가 예술적 충동과 욕망을 가감없이 화면위로 드러냈다.  이전 연필 끝 흑연을 통해 나오는 무채색의 깊은 투명함에서 벗어났다. 4년만에 내놓은 작품은 '색기'로 가득하다.

12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여는 이번 전시 타이틀은 'Night Blossom'.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에 대한 작가적 고뇌와 탐구의 결정체다.

 연필과 붓을 버리고 오로지 '손'으로만 그린 작품이다.

좀 더 회화 안으로 들어가서 아주 기본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러면서 방식이 저절로 바뀐 것이죠.색채를 한동안 안 쓰다가 쓰니까 참 좋더라고요. 치유의 느낌도 들고요.  색은 어떤 감정의 산물인 것 같아요.”

 그동안 작가의 작업세계는  ‘세상의 낯선 이면’, ‘현상 뒤에 숨겨져 있기에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개인적 실존에 대한 독백에 가까웠다.

 작업도 명상처럼 했다. 연필로 캔버스를 촘촘히 메우고 붓으로 물감을 칠한 뒤 그 위에 또다시 바쉬니를 겹겹이 발랐다. 캔버스에 여러 층의 연필, 물감 그리고 바니쉬의 쌓임이었다.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지속되는 화면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내가 내 생각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것을 좀 더 직접적이고,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011년의 개인전 이후 베를린과 서울 두 곳의 작업실을 오가며 감정 하나 하나를 색채 하나 하나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탐구하기 시작했다.

드로잉을 하고, 바니쉬를 하고, 또 드로잉을 하고 색을 입히고 하는 숫한 반복의 단계도 건너뛰었다.  오로지 작가 자신의 손 만을 이용하여 캔버스 화면 전체에 물감을 더했다. 팔렛트 위의 유화 물감은 손이 붓이 됐다.

"이번 작업 같은 경우는 프로세스가 굉장히 단축되었어요. 모든 것이 다 동시에 일어나면서 더 정확해졌다고 할까요? 작업을 할 때 손의 감각을 이용해 글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떨어지고, 미끄러지고, 사라지고, 튕겨나가고, 부딪히고, 지나가고 하는 리듬 같은 것을 통해서요. 그러니까 손의 감각에 굉장히 의존을 해요."

 전시에 선보인 신작은 작가 내면의 수많은 감정들이다. 미세하게나마 감지하는 세상의 이면이자 일상의 파편들이다. 감정들 하나 하나가 얼마나 복합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인간 내면에 얽혀있는지를 보여준다. 
 
 

[[도윤희,무제,2013,캔버스에 유채,160x135cm,YHT_NB_1306]
 


 "이런 매체의 변화는 계획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 저절로 변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내 안에서 그냥 샘물처럼 다른 것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그런 변화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죠. 어떻게 보면 작업이라는 것이 그런 기다림 자체일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인간의 무력감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의지 같은 거에요.  미래의 불안을 현재의 집중으로 바꾸는 거기도 하고요. 그런데, 예술이라는 건 이것 이상이에요. 항상…."

작가는 자신의 그림, 회화를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글쓰기, 손의 감각을 이용한 글쓰기'로 여긴다. "걸어놓고 매일 보는 그림인데도 날마다 달리 보이는 것처럼요. 회화는 간접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인간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

 이번 전시는 작가의 16번째 개인전으로, 1985년의 첫 개인전 이후 30년이 되는 해에 열리는 전시다.

 갤러리현대 기획팀 이원준 대리는 "비슷한 시기에 회화 작업으로 활동을 시작한 동료 작가들이 작업을 중단하거나 설치, 영상과 같은 새로운 매체를 향해 나아간 경우가 많았지만, 도윤희 작가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30년간 오로지 회화 작업에만 몰두해왔다"며 "그렇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화가로써 위치는 매우 분명해졌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7월12일까지.(02)2287-3500
 

[▶도윤희 작가=1961년 서울 태생으로,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대학원에서 판화 연구 과정을, 이후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방문 연구 과정을 거쳤다. '라일락' 도상봉 화백 (1902 ~1977)의 손녀로도 유명하다.▶주요 작품 소장처:국립현대미술관, 서울,금호미술관, 서울,서울시립미술관, 서울,성곡미술관, 서울,성신여자대학교 박물관, 서울,세계은행, 워싱턴 D.C., 미국, 쇤탈 수도원 1145, 스위스 시카고 공공 미술 프로그램, 시카고, 미국 아트선재센터, 서울,일리노이주립대학교, 시카고, 미국일민미술관, 서울필립 모리스, 리치몬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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