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가 성동훈(48)의 개인전은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한다. 용광로의 철 잔해물과 청화백자의 재료로 음과 양, 현실과 비현실, 자연과 문명의 간극을 극대화했다.
1990년부터 '돈키호테' 조각가로 알려진 작가답게 이번 전시도 사회악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같다. 국내에서 6년만에 여는 전시에 '페이크 오브 킹덤'(Fake of Kingdom·가짜 왕국)으로 돌아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사람관계에서도 진실이 오가기를 희망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 예술 안에서도 모순과 위장이 난무하는 상황을 풍자하는 작가적 고백"이라고 밝혔다.
1997년 작품 주문이 밀리는 '잘 나가는 작가'였지만 똑같은 형태, 똑같은 재료로 만드는 작업은 그를 지치게 했다. 내가 원하는 작업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그는 문을 걸어 잠그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다. '돈키호테처럼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었다. 유럽에서 활동은 그를 확장시켰다.대리석의 나라 카라라에서 돌 작업도 깨쳤고 독일에서 공공설치 작업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로서의 철학과 확장된 작업방식이 새롭다. 대만, 인도, 중국 등에서의 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해진 소재와 재료로 눈길을 끈다. 지난 25년간 공업용 특수시멘트와 금속의 고유한 성질을 이용했다면 이번에는 용광로의 철 잔해물과 작은 모양의 여러 청화백자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했다.
'코뿔소의 가짜왕국'이라는 작품에는 붉은 용광로 철 잔해물,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잉어와 꽃 모양의 작은 청화백자, 요즘 비즈공예에 쓰이는 재료 등이 사용됐다. 소재가 거칠고 단단해 절단이나 용접 등의 가공이 어려운 재료를 여러 시도 끝에 조각에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용광로 철 잔해물은 대만의 주밍미술관 주관작가로 선정, 대만 동호철강에서 50t의 철강을 지원받았다.
전시장에는 청화백자와 푸른빛이 도는 사슴도 선보인다. 1층에 전시된 3천개의 청화백자로 이뤄진 작품 '백색 왕국'은 진실과 위장술이 혼재된 현재를 풍자하며 자연에서 위로를 상징하는 사슴을 통해 편안함을 갈망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세월호 비극을 담은 '검은 통곡'은 거대한 상어를 거꾸로 매달아놓았다. 바다의 포식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상어를 통해 관련 시스템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표현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11년부터 대만 중국 인도등지에서 작업한 완벽한 황금으로 보이는 '가짜 도금' 작품도 만나볼수 있다. 1층 전시장에는 작가의 25년간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는 7월 12일까지. (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