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김지나 기자 = 전병일 대표이사 사장이 사퇴를 결정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거부 의사를 밝히며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사장이 권 회장에게 제출한 사직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도 "대표이사를 해임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 사장이 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문건 유출 및 이에 대한 반박 글을 권 회장에 이메일로 보내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은 회사의 입장을 대표이사 자격으로 올린 것으로 업무 차원에서 비롯된 것일 뿐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해사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보직해임은 이사회에서 확정하며 사내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의결사항이다. 전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보직해임되지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사내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사내이사 유지 기간은 임시 주총이나 내년초에 열리는 정기 주총까지다.
여기서 관건은 권 회장이 지난달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하며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수리한 사직서가 이번 전 사장 해임건에 활용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포스코는 당시 전 사장이 사직서가 제출한 만큼 이 사직서를 수리하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자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측의 주장은 다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전 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모든 CEO들이 그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제출한 것인 만큼 이번 건과는 관련이 없다. 법적으로 효력이 없고 구속력이 없다. 포스코가 당시 사직서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 사장은 포스코가 자신의 해임건을 도마 위에 올린 지난 10일, 사외이사들에게 보낸 e메일 서신을 통해 “본인의 거취에 대해 숙고한 결과 주주 임직원 등 회사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서는 회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혼란이 조속히 정리되고 경영이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사퇴 거부의 뜻을 전했다.
다만 전 사장은 “그 이후에 주주와 회사가 원한다면 최고경영자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해 대주주인 포스코 단독의사가 아닌 전체 주주들의 선택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은 10일 오전 긴급회의에 이어 11일 송도 본사에서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전 사장 해임을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측은 당장 전 사장과 관련한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장과 경영진, 계열사 사장들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는 이러한 내홍을 자체적으로 해결해 왔다. 대우인터내셔널 사태와 같이 외부로 파문이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력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포스코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태 초반에는 그래도 그룹 회장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라며 포스코측을 두둔하는 분위기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과의 물리적·화학적 융합을 이뤄내지 못해 지금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전 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이기 위해 이사회외 임시주총 개최를 강행할 경우 해임 대한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 포스코로서는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