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자동차를 뺀 현대자동차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이 그룹 출범 15년 만에 매출과 수익성 등 전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뺀 삼성그룹 계열사를 추월했다.
2013년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단기순이익 등에서 앞섰던 현대차그룹이 외형(매출액)면에서도 삼성그룹을 압도한 것이다.
9일 본지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보고서를 토대로 금융 계열사와 양 그룹의 대표기업(삼성전자·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비금융 계열사들의 실적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은 현대차그룹이 115조1427억원, 삼성그룹은 110조3282억원으로 2011년 이후 4년 만에 현대차그룹이 삼성그룹을 추월했다.
2013년 처음으로 현대차그룹이 앞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대차그룹은 6.11%, 삼성그룹은 1.78%로 두 그룹간의 차이가 4.33%에 달했다. 2013년에는 2.33%(현대차그룹 6.48%, 삼성그룹 4.12%)였다. 영업이익은 현대차그룹이 7조334억원, 삼성그룹 1조9640억원으로 3.6배, 당기순이익도 각각 7조3285억원, 3조5142억원으로 2.1배 차이를 보였다.
2014년 삼성그룹 비금융 계열사 목록에는 한화그룹 매각이 확정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등 4개사가 포함돼 있다. 4개사를 제외하면 양 그룹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음을 보여준다.
직원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의 직원 1인당 매출액은 12억9369만원으로 7억6754억원에 머문 삼성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영업이익도 각각 7902만원, 1366만원이었다. 현대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6985만원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6582만원을 앞섰다.
대표기업과 금융 계열사를 제외해 상대적으로 삼성그룹에게 불리한 비교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 비금융 계열사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삼성그룹을 추월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모그룹에서 분리돼 독자의 길에 나선 현대차가 15년 만에 삼성그룹을 따라잡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배경은 대표기업을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서도 그 비중을 어떻게 잡았느냐를 놓고 보여주고 있는 양 그룹간 차이에서 비롯됐다.
매출 기준으로 그룹 비금융 계열사들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은 2009년 50.48%에서 지난해 55.54%에 달했지만, 현대차 비중은 같은 기간 35.61%에서 27.21%로 낮아졌다.
삼성그룹의 중심은 삼성전자이자 완제품을 생산하는 그룹 내 유일한 업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계열사들은 부품과 솔루션을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크다.
반면, 현대차그룹에는 완제품 생산 계열사가 현대차 이외에도 기아자동차,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으로 분산돼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양사는 7월 1일 합병) 등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하우스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TV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삼성그룹에 미치는 영향이,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현대차그룹이 입는 피해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모두 지난해부터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한편, 계열사 및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중이다.
구조개편의 목표는 비금융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극대화 해 다양한 수익 창출을 노리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현대차그룹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여전히 ‘전자’ 의존율을 좀처럼 줄여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고민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양 그룹이 대표기업과 더불어 그룹의 궤를 함께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낼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