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장악 시도' 일본, 한국 대미 공공외교 예산의 8배

2015-06-0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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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은 15분의 1…과거사·영토 외교전에 큰 영향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초대 '코리아 체어'로 임명된 케슬린 문 웨슬리대 교수가 지난해 6월 2일 '한·미관계의 국제화와 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브루킹스연구소]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국의 대(對)미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예산이 일본 8분의 1 수준으로 한·일 외교전의 주 무대인 미국에 쓰이는 외교적 투자가 너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기준 일본이 미국 내 여론주도층과 지식계층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전개하는 데 쓰는 예산은 민·관을 통틀어 연간 최소 1070만달러(약 11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15억원에 불과하다.
일본 재팬 파운데이션 산하에 설치된 대미 공공외교 전담 조직인 ‘글로벌 파트너십 센터(CGP)'는 미국 사회과학 분야에 관한 공공외교 활동에 연간 760만달러(약 84억50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급 전범 출신의 사사카와 료이치가 세운 민간 공익법인인 ‘사사카와 평화 재단(SFP)’ 미국 지부의 연간 예산은 310만 달러(약 34억5000만원)에 달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도요타·히타치 등이 국익 차원에서 미국 싱크탱크가 주최하는 세미나 등을 후원한다.

현지 인력 숫자를 비교하면 양국 외교력 차이는 더 확연해진다. 일본은 CGP 뉴욕지부에 18명, 사사카와 평화재단 미국 지부에 13명 등 모두 31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제교류재단의 워싱턴 사무소는 본부 파견직원 1명과 현지 채용직원 1명 등 총 2명이다.

양국의 이러한 격차는 한·일 공공외교 전담 조직의 기금과 자산규모 등 구조적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타로 아베 외상의 제안으로 1991년 설립된 일본 CGP는 정부 출연기금 규모가 500억엔(약 4500억원)이다. 사사카와 재단은 지난 4월 1일 해양정책연구재단을 합병하면서 총 자산규모가 무려 1400억엔(약 1조2600억원)으로 늘어나 일본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이 됐다. 1991년 설립된 우리나라 국제교류재단의 전체 기금은 1350억원이고 연간 예산은 겨우 500억원이 반영됐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일본 정부와 공공재단·기업의 이같은 ‘투자’가 미국 조야(朝野)에서 형성되는 여론의 흐름 즉 ‘워싱턴 컨센서스(시장 개방·민영화 등 미국식 시장 경제체제의 대외 확산 전략)’를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를 비롯해 과거사와 독도영유권 문제 등으로 우리나라와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에 우호적인 논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민·관이 대미 공공외교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제교류재단 워싱턴 사무소는 2009년 100만달러를 들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첫 한국석좌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SK그룹과 함께 매칭펀드 300만달러(SK 200만 달러+재단 100만 달러)를 조성해 브루킹스연구소에 한국석좌를 앉혔다. 오는 10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매칭펀드 300만달러(현대차그룹 200만 달러+재단 100만 달러)를 만들어 미국 굴지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우드로윌슨센터에 한반도 문제를 전담 연구하는 센터를 설립한다.

그러나 일본이 워싱턴 싱크탱크에 투자하는 재원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대미 공공외교를 위해 큰 틀에서 국가 전략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민·관 각 주체의 역할분담과 협력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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