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힌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결국 한국은행도 그간의 통화완화 정책을 접고 세계적인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기 때문에 저금리 속에서 급증추세를 보인 가계부채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1099조3000억원)이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도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할 '이자 폭탄'이 연간 1조7500억~2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가계부채는 정부가 추가로 검토 중인 경기 확장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동조하지 않은 채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 정책을 펴고 싶어도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우려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너무 가파른 증가속도다. 최근 1년새 3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결과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75%까지 떨어졌다. 또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완화해 가계는 이전보다 한층 쉽게, 그리고 더 많이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는 사상 유례없는 가계대출 급증세의 원인으로 꼽히며 가계신용 규모는 지난해 2분기 말 1038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099조3000억원으로 9개월 동안 61조원이나 불어났다.
올 1분기의 가계신용 증가액은 작년 동기(3조5000억원)의 3배 수준인 11조6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부채의 질적인 면에서 봐도 우리나라가 양호한 편은 아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이 160.7%다. 미국(115.1%)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35.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가처분소득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채무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저소득층이나 영세 자영업자 위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역시 심각하다.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0%로 2009년 1분기(6.6%)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2분기에도 경기 부진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제1무역 상대국이어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한국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도 한국 경제로서는 타격이다. 미국은 1분기 GDP가 0.7% 줄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김경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중간재를 한국에서 많이 수입했는데 산업구조가 내수중심으로 바뀌면서 한국 수출이 줄어들었다"며 "전반기 미국의 경기 회복도 더뎌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