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환율관리 강화 “강달러·약엔화·약유로 영향 최소화 주력”

2015-05-28 15:57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국내 기업들이 재닛 옐런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 의장이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과 관련, 환율 관리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는 수출기업에게는 수출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낮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수입기업에게는 달러로 계산해야 할 금액이 상승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문제는 일본 엔화 약세 지속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기업들은 달러보다는 엔화 문제 때문에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도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달러의 강·약세에 따른 헤징을 통해 엔화 약세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묘수를 찾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수입 원자재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상승하면 완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여행업계도 유가인하와 엔저로 살아나고 있는 해외 여행객들이 다소 줄어 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본토는 물론이고 괌이나 사이판 등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는 동남아 여행도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일단 수출상품의 달러표시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완제품 수출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부품을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조달 받고 있어 달러 강세가 장기화 될 경우 부품 가격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의 단기적인 변동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환율 변동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매일 환율을 점검하고 금융 및 외환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 균형유지에 주력하고 있으며, 글로벌 해외 현지생산기지 구축 등 평소에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또한 결제에 사용되는 통화(미국 달러,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등)가 모두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환율 변화에 따른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달러 강세의 최대 수혜업체로 거론된다. 달러화 표시 부채가 부담이 더 되는 측면이 있지만 부채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꾸준히 해와 달러화 강세는 별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자동차·중공업 산업도 달러 강세는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고 한국에서 수출하는 차량은 환율변동 부분이 가격에 다 포함돼 있다. 단기간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환율 변동 폭은 수출 전 이미 계산에 포함해 수출 물량을 조절하는데, 환율변동으로 인해 달러화 표시 가격이 내려갈 여지가 있어 수출이 호조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달러 강세보다 더 엔화 약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원장 김극수)은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307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28일 발표한 ‘최근 엔화 및 유로화 약세의 수출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엔화 약세로 인해 응답업체의 70.3%가 현 원·엔 수준(100엔당 900원 내외)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상대적으로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철강금속(74.4%), 기계류(72.9%) 등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최근의 원·엔 환율 수준에서 응답업체의 54.1%가 채산성 악화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출물량까지 줄었다는 응답은 3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재의 원·엔 환율 수준이 금년 말까지 지속될 경우 전체 응답 업체의 57.7%가 금년 수출이 당초 목표 대비‘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목표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 비중도 18.6%에 달했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와 관련, 응답 업체의 51.8%가 현 환율 수준(유로당 1230원 내외)에서 대유럽연합(EU) 수출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업종별로는 섬유(58.6%), 기계(57.1%), 철강금속(54.1%)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최근 원·유로 환율 수준에서 응답업체의 54.4%가 채산성 악화에 직면했으며 수출물량까지 줄었다는 응답도 22.8%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세환 무협 오세환 수석연구원은“과도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정책 당국의 환율 안정화 노력과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며 “환리스크 관리 강화, 원가절감 등 우리 수출기업들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