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제프 블래터(79·스위스)의 5선 도전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스위스 경찰은 이날 오전 FIFA 연례 총회가 열리는 취리히의 바우어 오락 호텔을 급습, FIFA 집행부 고위직 인사 6명을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다.
이번 수사는 미국이 스위스 당국에 이들에 대한 체포를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영국 BBC방송은 “붙잡힌 FIFA 고위 간부들이 1990년대 초부터 1억 달러 규모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FIFA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결정 과정뿐 아니라 마케팅·중계권 협상 과정에서 뇌물 수수 등 부패 의혹을 받아왔다.
스위스 당국의 표적이 된 FIFA의 집행위원회는 회장 1명, 수석 부회장 1명, 부회장 7명, 집행위원 16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되며, 각급 월드컵을 포함한 각종 FIFA 주관대회의 개최지 및 각종 분과위원회가 심의한 사안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는 최고 의결기구다.
FIFA 최고 의결기구가 표적이 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스위스 당국이 체포작전을 단행한 시점에도 의미가 적지 않다. 오는 29일엔 차기 회장 선거가 결정되는 FIFA 총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FIFA 총회를 앞두고 이뤄진 이번 체포로 블래터의 회장직 5선 도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98년 FIFA 회장이 된 블래터는 30년 넘게 막강한 인맥과 권력을 구축해 5선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번 체포가 있기 전까지 CNN 등 유력 언론도 “블래터 회장이 FIFA 6개 대륙연맹 가운데 5곳의 지지를 받고 있어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는 블래터 회장과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40) 왕자가 출마했다. 앞서 포르투갈 국가대표 출신 루이스 피구와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미카엘 판프라흐는 “이번 선거가 한 사람(블래터)에게 절대 권력을 몰아주기 위해 짜인 선거에 불과하다”며 지난 21일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한편 FIFA는 1998년 블래터가 회장에 오른 이후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57억달러(약 6조3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블래터는 재임 기간 뇌물, 횡령 등과 관련된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