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심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달아나야 했기 때문이다. 말의 심장의 크기는 보통 어느 동물보다도 커서 장거리를 잘 달리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보통 사람의 심장의 17배 크기다. 산소의 운반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심장의 능력이다. 경주마 심장의 크기는 중학생의 머리 크기만 하고 중량은 자기 체중의 0.9~1% 정도인 4.5㎏ 내외인데, 비슷한 체중의 말이라도 심장이 큰 말이 있는가 하면 작은 말도 있다.
운동량에 따라 경주마의 심장크기와 강도는 증가되는 데 성장기부터 꾸준한 운동을 통한다면 약 20% 이상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의 무게가 4.5㎏ 정도였던 말이 훈련에 적응하면 5kg부터 많게는 6.5㎏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 때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 뿜어내는 혈액의 양 역시 함께 증가해 더욱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훈련을 지속하지 않거나 장기적인 휴양을 거친다면 심장의 크기가 다시 줄어들어 혈액의 박출량도 따라서 줄어든다.
경주마의 경우 안정 상태에서 1분간 심장박동 수는 약 30~40회 정도이며,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약 1리터 정도의 혈액을 박출해낸다.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분당 심박동수가 약 100회 정도이고, 회당 박출량은 60~70㎖ 정도이니 인간보다 적은 박동 수로도 15배정도나 많은 혈액을 뿜어낼 수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경주마가 전력을 다해 달릴 때는 분당 심박 수가 약 240회 정도로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안정상태일 때보다 8배나 증가하는 수치인데, 사람의 경우 보통은 3배정도이다. 경주마가 분당 심박 수를 240회로 늘렸을 경우 1분 동안 혈액을 온 몸으로 옮기게 되는 양이 약 240리터 정도로 급격히 늘어나 빠르게 달리더라도 온 몸 구석구석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마, 정확히 말해 '더러브렛'(Thoroughbred)종 마필들은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는데 주효하도록 개량된 까닭에 오래 달리는 능력은 떨어진다. 산소공급이 필수적이고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적색근이 매우 잘 발달한 반면, 산소의 공급 없이도 스스로 에너지원이 되는 '백색근'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색근은 우리나라 토종마필인 '조랑말'에 많이 분포되어있다. 이는 '승마지구력경기'에서 더러브렛을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