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개성공단 방북 무산…북한, 외교적 고립 자초

2015-05-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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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방북 허가를 돌연 철회했다.

반기문 총장은 20일 서울디지털포럼 연설에서 "오늘 새벽 북측이 갑작스럽게 외교 경로를 통해 저의 개성공단 방북 허가결정을 철회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서 "평양의 결정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북측이 한반도와 평화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하도록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허가 결정을 철회한 것에 대해 유감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반 총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추진해 온 개성공단 방문에 대해 북한이 금일 방문 허가를 철회한다고 알려온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1일 방북 허가를 돌연 철회했다. 사진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는 반 총장(왼쪽)의 모습. [사진=청와대]


이어 "정부는 북한이 고립의 길로 나아가지 말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내민 대화와 협력의 손을 잡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길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햇다.

통일부는 방북 불허 결정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별도의 사전 통지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북한측이 국제기구 수장에게 방북허가 철회 배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외교적 무례'를 범함에 따라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반 총장이 이번 개성 방문을 통해 평화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을 북한측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최근 북한측이 보인 도발적 행태와 긴장 모드를 지속시켜 나가려는 메시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반 총장의 방북 허가 불허 이후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를 주장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특히 유엔 안보리에 대해 미국의 독단과 전횡에 따라 움직이는 기구라고 비난함으로써 이번 방북 허가 불허의 배경을 설명한 점도 주목되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반 총장을 접견하고 유엔의 포스트-2015 개발 의제, 포스트-2020 신(新) 기후체제 및 한반도 정세 및 북핵·미사일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8월 반 총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했으며 2013년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 및 미얀마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계기 등에 반 총장과 면담·환담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반 사무총장 접견에 앞서 세계교육포럼 참석차 방한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카타르 국왕 모후도 각각 접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보코바 사무총장을 만나 인천 세계교육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것을 치하하는 한편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 등 한국 유·무형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에 대해 유네스코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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