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이 태국과 함께 '아시아판 파나마 운하'로 일컬어지는 크라 운하를 건설한다.
양국은 지난 15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만나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의 허리를 관통해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인공 대운하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9일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길이 102㎞, 폭 400m의 새 바닷길을 내는 공정으로 280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돼 10년에 걸친 공사로 완공될 예정이다. 핵에너지를 활용한 특수 공법을 사용할 경우 공사 기간을 7년으로 줄일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운하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게 되며, 기존 항로인 말라카해협을 거치는 것보다 뱃길은 1200㎞, 항해기간은 2∼5일 줄일 수 있다.
크라 운하 건설 계획은 과거에도 수차례 추진됐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크라 운하는 1600년대 후반 처음 구상된 뒤 2004년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태국을 아시아의 에너지 무역 허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목받다가 진전없이 표류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해상 석유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해 크라 운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던 중국이 신(新)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중국이 크라 운하 건설에 적극 나선데에는 경제 효과와 더불어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외교적 포석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수입되는 석유의 80%가 미국과 싱가포르의 군사협정 하에 관리되고 있는 말라카해협를 지나야 한다. 크라 운하가 완공되면, 미국의 해협 봉쇄에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윈난(雲南)성, 태국, 말레이시아 등 남북을 잇는 경제 블록 구축을 앞당기는 효과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