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제작 ㈜사나이픽처스)이 제 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프랑스를 찾은 전도연을 16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칸 해변에 위치한 영화진흥위원회 파빌리온에서 만났다.
“편안한 마음으로 올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결국은 배우에게 작품이 포인트인 건데 ‘무뢰한’이라는 제목부터 의미가 잘 전달될까 부담스럽고 걱정됐어요.”
곁에 앉은 김남길이 “도연이 누나가 나오는 만큼 칸에 올 줄 알았다”고 농을 하고, 기자들도 “우리도 그랬다”며 진출 예상 쪽으로 분위기를 몰자 손사래를 친다.
영화 '밀양'(2007)과 '하녀'(2010)으로 경쟁부문 진출,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 역임에 이어 네 번이나 칸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그에게도 칸은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닌가 보다.
“촬영하면서 칸 진출 얘기가 화제에 올랐을 때 제가 ‘칸, 아무나 가는 줄 알아?’라고 했어요. 배우로서 작품을 들고 올 때보다 지난해 심사위원을 하며 더 깜짝 놀란 것 같아요. 전 세계의 난다 긴다 하는 영화들, 기라성 같은 감독들의 작품을 보며 제딴에는 스스로 진지하고 집요하게 작업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노력해야겠구나 싶었거든요. 정말 올 줄 몰랐어요.”
전도연은 ‘무뢰한’의 칸 진출을 두고 오승욱 감독이 축하받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출품했다는 얘기를 듣고 칸 만만한 곳이 아닌데 하며 기대도 안 했는데…, 초청됐다 했을 때 감독님이 가장 큰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들었던 내가 이게 마지막 감독일지 모른다는 말, 내가 또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하는 이야기가 가슴 아팠어요. 가장 먼저 축하 드렸어요. 영화 또 찍으실 수 있겠다고요(웃음).”
‘칸의 여왕’에게도 칸은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문이 아니라 또 올 수 있을까 싶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느낌을 안기는가 보다.
“칸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오는 동안 (긴 여정이) 고통스럽고요. 그래도 막상 도착하면 ‘여기가 칸이구나’ 햇살을 보면서 실감해요, 올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고요. 늘 내가 또 올 수 있을까 싶은데, (특히) 심사위원 하고서 ‘이제 칸이 마지막이구나, 이 시간을 맘껏 즐겨야지’ 했는데 말이죠. 제게도 칸은 ‘또 올 수 있어’가 아니라 ‘또 오게 되면 좋겠지만’ 정도의 대상이에요. 또 온다는 생각보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마지막을 생각한다고 해서 조급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말하는 전도연에게서 연기 25년의 경력에서 오는 관조와 여유가 전해 왔다.
“예전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었어요. 극복이라는 게, 다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서가 아니라 다른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식어가) 자연스러워요. 그냥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칸에 오면 내가 어떤 배우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하게 하는 계기가 돼요. 그래서 ‘칸의 여왕’, 내게 자극이 되는 수식어라 생각하게 됐어요. 바보 같이 떨쳐낼 수도 없는 걸 왜 그러려 했을까 싶어요. 이제는 제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수식어라 생각해요.”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는 배우 전도연 곁에 영화 ‘무뢰한’에서 김혜경(전도연)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사랑의 희망을 품게 한 이영준(김남길이 맡은 형사 정재곤이 위장근무 시 사용한 가명. 김혜경은 정재곤을 이영준으로 알고 흔들린다)을 연기한 김남길이 앉아 무한의 신뢰를 담은 웃음을 보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는 배우 전도연과 ‘이영준’으로 인해 지옥 같은 삶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인물 김혜경이 칸에서 이영준을 연기한 김남길과 하나의 장면 안에 담긴 모습,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