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이만나, 이현호, 이호인 등 작가 4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일상 그리기 4인4색'이라는 주제로 13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화익갤러리 김동현 큐레이터는 "미술 시장의 내부, 외부적 요소로 흔히 유행을 타고 작품의 흐름이 출렁이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들 작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회화의 영역을 놓지 않고 차분히 지켜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상 그리기'가 타이틀이지만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나무와 산이 있는 작가들이 바라본 '풍경화'다.
어느날 매일 보던 나무 한그루의 신선한 자극에 이끌려 풍경을 시작했다는 김현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지나치는 주변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붓맛이 살아있는 작품은 작가가 "회화작업의 순수한 태도는 무엇인가"를 고민한 흔적과 진정성이 엿보인다.
눈 내린 밤길 풍경을 캔버스에 옮긴 듯한 이만나의 작품 '눈성'은 심야의 가로등에 빛났던 설경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야간 풍경은 몇겹의 시간과 세월이 쌓인듯한 묵직함을 전한다. 가까이서 보면 점으로 이뤄진 듯한데 점점 거리를 두며 풍경이 드러난다. 고요함을 끌어안고 있는 그림으로 따뜻한 평안함을 느끼게한다.
이현호의 작품은 3명의 작가와 달리 한국화가다. 초록의 큰 나무들을 그려내 보기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한지에 분채로 그려내 들뜨지 않은 차분함이 매력이다. 작업전에 틈틈이 그렸다는 드로잉은 그의 작업태도를 보여준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앙상한 나뭇가지, 멀리 보이는 건물의 일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수등 그의 스케치는 단순히 익숙한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 대상을 얼마나 관찰하고 자신만의 감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아직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함이 전해지만 이들의 작업이 주목되는 건 진지함이다. 영상 미디어 매체등 다양한 표현기법들이 난립하는 현대미술속에서 이번 전시는 '회화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전시는 30일까지.(02)730-7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