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몽니’ 야기한 국회 선진화법·법사위 월권

2015-05-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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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 논란 끝에 12일 어렵사리 소집한 국회 본회의에서 ‘달랑 3건’의 입법 실적을 내는데 그쳤다.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60여개의 민생 관련 법안은 법사위원장의 유례없는 ‘전자서명 거부’로 상정이 불발되고 말았다.

유승민·이종걸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소득세법 개정안 등 3건의 법안 처리만 합의해 내놓은 결과라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회가 여야 정쟁에 휘말려 ‘입법 몽니’사태를 일으켰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 없이는 사실상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현행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본회의 상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의 월권’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 논란 끝에 12일 어렵사리 소집한 국회 본회의에서 ‘달랑 3건’의 입법실적을 내는데 그쳤다.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60여개의 민생 관련 법안은 법사위원장의 유례없는 ‘전자서명 거부’로 상정이 불발되고 말았다.[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당장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 국회 선진화법 개정 목소리가 뜨겁다. 이미 지난 1월 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놓은 상태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국회 전체 의석(298석) 중 과반인 160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사실상 ‘여야 합의’ 없이는 상정조차 힘들어 국회만 ‘다수결 원칙의 사각지대’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18대 국회 종료 한달 전 통과된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쟁점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다수당의 횡포’는 사라졌지만, 대신 그 빈자리를 ‘소수당의 몽니’가 메우는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국회 ‘퓨처라이프 포럼’ 토론회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어떤 법인가 하는 게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협상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됐다”면서 “야당의 합의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갈 수 없게 돼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협상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국회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 차원의 개정 방침을 공식화 했다. 내년 4월 총선 전 개정해 20대 국회부터 적용하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뜻대로 내년 총선 전 국회 선진화법 개정이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선진화법에 따른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해, 여야의 의석수 격차가 크지 않은 현 구도에서는 야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개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총선에서 여야 어느 한 정당이 재적의원 300석을 기준으로 5분의 3인 180석 이상을 차지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이다.

국회선진화법 못잖게 이번 본회의 처리법안 3건 실적은 ‘법사위의 월권’이 한몫을 했다.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60여개 법안에 대해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의례적인 결재 절차에 불과했던 ‘전자서명’을 거부하면서 본회의 송부가 불발된 것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이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을 국회 본회의로 송부하지 않은 것은 실제 유례가 없던 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향후 법사위뿐만 아니라 여타 상임위원장들도 법안을 처리해 놓고도 본회의나 법사위로 보내지 않는 악습을 반복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사위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등 주요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고유권한인 법체계와 자구 심사를 넘어 법안 내용까지 손질해, 상임위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들어온 터라 월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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