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세금폭탄’ 맞은 與野 연금개혁 협상 ’앞길 캄캄’

2015-05-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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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청와대가 내세운 ‘국민연금 1702조원 세금폭탄’ 논리가 안 그래도 가열되고 있는 여야의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가 이른바 ‘5·2 여야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를 거듭 반대하자, 결국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명기 불가’입장을 확정, 야당과의 재협상 방침을 정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협상) 가이드라인’에 밀려 약속을 어겼다면서 “차라리 파기선언을 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00여일 넘는 기간 동안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처리 자체가 청와대의 ‘국민연금 세금폭탄’ 엄포에 무산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청와대가 내세운 ‘국민연금 1702조원 세금폭탄’ 논리가 안 그래도 가열되고 있는 여야의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사진=SBS 화면 캡처]


◆與 “50% 명기 불가” vs 野 “대통령이 정쟁행위 멈춰야”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불가’ 방침을 정한 것은 안으로는 계파분열 양상을 다잡고, 밖으로는 당청갈등을 조속히 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50% 명기 불가’ 방침을 확정하는 데는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도 적극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야당은 국민의 (공무원연금) 개혁 열망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5월 2일 합의문을 존중하고 법안을 통과시켜 국민에게 신뢰회복의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에서 합의한 대로 통과시키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제외한 국회 규칙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자는 게 지도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공무원연금법은 합의된 것이니 합의된 대로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50%(명기)는 받을 수 없으니까 규칙에 넣는 문제는 다시 협상을 하라는 주문으로 당론이 집결됐다”고 전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기에 대한 당내 입장을 조율했다.[사진제공=새누리당]


그러나 새누리당의 ‘50% 명기 불가’ 방침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강력 반발하며 기존 5·2 합의문 파기도 불가함을 피력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50%를 넣겠다, 또는 안 넣겠다고 의지를 표현할 때가 아니다”라며 “합의 이행이나 파기 선언 둘 중 하나 이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50% 인상 방침에 대해서도 “변한 것은 없다. 우리가 변하고 싶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130일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한 안이다. 여당이 변하고 싶다고 해서 변해선 안 되고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의 ‘국민연금 1702조원 세금폭탄’ 주장에 대해선 “대국민 사기극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오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보고 문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청와대의 입장 발표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공격하는 행위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처형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미래를 상대로 하는 정쟁행위를 이제 멈춰 달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해, 최근 “지고지선이란 것은 없다”고 말한 데서 강경 대응방침으로 선회했다.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의) 국회에 대한 존중이 0점”이라며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여야 관계가 원만하기를 당부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은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靑 ‘국민연금 세금폭탄’ 뒤죽박죽 계산법 논란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국민연금 1702조원 세금폭탄’ 논리가 억지춘향식 계산법이란 비난이 가열되는 것도 향후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전날 브리핑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문제로 개혁이 무산되면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다”며 “향후 65년간 추가 세금 부담이 1702조원, 연 평균 26조원이 든다”고 밝혔다.

즉,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현행 40%에서 여야가 합의한 50%로 높이려면 이만 한 돈이 필요하고, 결국 그 돈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 계산의 요지다.

그런데 이 계산법은 너무 극단적이며 국민연금의 재정운용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거세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5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안과 국민연금 연계 처리 등 정국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MBC 화면 캡처]


청와대는 1702조원 세금폭탄의 근거를 ‘2013년도 국민연금 재정추계’로 삼았는데, 이는 보험료율을 지금의 9%로 그대로 두고 소득대체율만 50%로 인상했을 때 2016년부터 2080년까지 연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재원’을 누적 계산한 것이다.

또한 “연 평균 26조원”이 든다는 주장과 달리, 기금이 고갈되기 전까지는 추가로 연금에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 여기다 가입자 1명당 209만원의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사 그것이 현실화 되더라도, 직장가입자는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부담분은 크게 줄어든다.

특히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될 경우 이를 모두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고, 재정투입과 함께 국민이 내는 보험료를 더 걷는 방식을 혼용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계산 착오’가 발생한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기존 적립금에서 발생하는 투자수익금을 통해 연금의 일부를 충당하는 부분적립식 재정운용방식을 취하고 있어 전액 세금으로 보전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세금폭탄’이란 청와대의 표현은 국민적 공포를 조장할 뿐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협상에 참여했던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청와대의 1702조원 추가 부담 주장은) 소득대체율 50% 인상 시 추가 지급되는 연금액을 보험료로 충당하지 않고, 전액 세금으로 지원할 경우 추정한 금액”이라며 “소득대체율 인상 시 들어가는 연금비용을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전제로, 세금폭탄론을 퍼트리려는 그야말로 ‘악의적’인 것이며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청와대 논리대로라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현세대와 미래세대에게 65년간 1702조원, 연간 26조원의 연금이 추가 지급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세금폭탄을 주장하려다 거꾸로 50%로 소득대체율 인상 시 국민들이 받는 혜택의 규모를 정확하게 밝혀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도 “연금관련 수치를 뒤죽박죽 만들어 ‘세금폭탄’으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이제는 대놓고 청와대가 앞장서서 사실을 호도하고 괴담 수준의 말과 허구적 수치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의 국민연금 세금폭탄 입장발표는) 국회에 내린 지침이고 국민에 대한 협박에 다름 아니다”라며 “연말정산 대란으로 ‘세금폭탄’을 던진 건 청와대인데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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